개나리 봉오리가 맺히나 싶었는데
목련이 폈고 목련이 지나 싶었는데
벚꽃이 흐드러지네
산들바람에 재채기를 한 벚꽃나무는
몸을 부르르 떨며 쏴아아 꽃비를 내린다
내 발끝에서 봄이 피어나고 있다
하롱하롱 꽃잎이 작별하며 떨어질 때
감은 내 두 눈에는 실루엣이 아른아른
온통 봄이다
- 달라진 것이 없단다
지나가던 보더콜리가 봄을 부르짖을 때
너도 봄을 느끼니
만끽하는 거지
커다란 포유류부터 작은 미물까지도
봄이란 너도 나도
우리도
- 이곳은 달라진 것이 없단다
곧 있으면 햇살 걷히고 먹구름이 찾아와
봄비가 내려 바싹 마른 평지를 적시고
바닥엔 꽃길이 깔릴 거야
벚꽃 가고 철쭉 오는 그동안에
동의하지 않아도 동감하는 여린 계절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노란 약속
박동대는 뛰는 심장을 가진 너희들이
행여나 겨울에 갇혀 봄을 보지 못할까 봐
- 이곳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단다
비 내렸던 소박한 꽃길 위에
소금으로 재어놓은 눅눅한 아픔
잊지 않고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
때를 찾아 돌아오는 꽃잎의 행진
단단히 마음먹고 뱉는 말
봄을 봄처럼 누렸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