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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Apr 11. 2022

온통 너란다

개나리 봉오리가 맺히나 싶었는데

목련이 폈고 목련이 지나 싶었는데

벚꽃이 흐드러지네


산들바람에 재채기를 한 벚꽃나무는

몸을 부르르 떨며 쏴아아 꽃비를 내린다


내 발끝에서 봄이 피어나고 있다


하롱하롱 꽃잎이 작별하며 떨어질 때

감은 내 두 눈에는 실루엣이 아른아른


온통 봄이다


- 달라진 것이 없단다


지나가던 보더콜리가 봄을 부르짖을 때

너도 봄을 느끼니


만끽하는 거지

커다란 포유류부터 작은 미물까지도


봄이란 너도 나도

우리도


- 이곳은 달라진 것이 없단다


곧 있으면 햇살 걷히고 먹구름이 찾아와

봄비가 내려 바싹 마른 평지를 적시고


바닥엔 꽃길이 깔릴 거야


벚꽃 가고 철쭉 오는 그동안에


동의하지 않아도 동감하는 여린 계절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노란 약속

박동대는 뛰는 심장을 가진 너희들이

행여나 겨울에 갇혀 봄을 보지 못할까 봐


- 이곳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단다


비 내렸던 소박한 꽃길 위에

소금으로 재어놓은 눅눅한 아픔

잊지 않고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

때를 찾아 돌아오는 꽃잎의 행진


단단히 마음먹고 뱉는 말

봄을 봄처럼 누렸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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