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이었던 설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낡아 빠져 버린 권태가 된다
덮인 책이 된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책장 속에
넣어둔 채로 깜빡한
보잘것없는 흑백 사진이 된다
바래진다
눅눅히
찌든다
절묘하게
보송했던 볼 안에는
소리 없는 암흑이 담겼다
일자로 그어진 입술은 보란 듯 검정 호수에 잠긴다
사라진다
점점이
고요히 썩어가는
얼음 속의 시체가
먼저
말을 걸어오는 날에는
고막의 끝을 잡고
피 튀기는 스피커의 볼륨을
나만 아는 더러운 속내의 침전물까지
셔터를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