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의 해피엔딩
우리 두 손을 맞잡고
이게 맞는 거라고
다들 박수를 보내며
높디높은 계단 위를 올라가
카메라에 자세를 취한다
화려한 금빛 세례 속
드레스는 목을 휘감고
어둠을 삼킨 커튼은
방안에 공기를 단조롭게
방금 켠 창문 옆 조명들은
눈이 보석처럼 빛나는
배고픈 하이에나들에게
악의 당위를 부여하고 만다
태엽을 감아야 하는 저 인형처럼
삐걱대고 있는 가면무도회
입꼬리는 실로 바짝 당긴 듯
귀 옆에 붙어있고 잔은 소리 내며 부딪친다
하하호호 웃는 질펀한 사람들 속에서
떼어져 나와 눈 내린 발코니에 기댄다
담배 한 모금 피우려는데 누군가 공간을 흔든다
두 개의 입김, 하나의 박수, 돌이키지 못할 약속을
필연의 해피엔딩
우리는 이게 맞는 거라고
식도를 타고 흐르는 죄책감을
샴페인 한 병으로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