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이기는 법: 에어컨, 얼음물, 그리고 공포 콘텐츠
여름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한 손엔 아이스커피, 다른 한 손엔 리모컨을 쥐고 무더위를 잊기 위해 공포영화를 틀어본다. 아니면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을 찾거나, 공포 체험 유튜브 영상에 몰입한다.
기온은 올라가고, 불쾌지수는 높아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가장 무서울 때 가장 시원하다는 감각을 경험한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오싹한 체험은 우리 몸에서 칼로리 소모까지 유도한다.
이 글은 공포 콘텐츠가 여름철 더위 해소와 다이어트 효과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어떤 생리적 작용을 일으키는지, 과학적 근거와 함께 살펴본다.
사람이 공포를 느끼면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며,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작동한다. 이때 심박수가 올라가고, 혈압이 높아지며, 피부의 말초혈관이 수축되는데, 이러한 반응은 몸이 위협을 감지해 방어 태세에 돌입했을 때 일어나는 고전적인 생리 현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감각’**을 경험한다.
즉, 무서운 장면을 볼 때 피부 온도가 실제로 낮아지고, 순간적으로 체내 열 흐름이 변하면서 더위가 잠시 잊히는 것으로, 공포 콘텐츠는 에어컨처럼 기온을 낮추진 못하지만, 감각적으로는 더위에서 탈출한 듯한 착각을 만든다.
2012년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실험에서는 90분간 공포영화를 관람한 참가자들이 평균 113kcal를 소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30분간의 가벼운 산책과 유사한 열량으로 공포 장면이 나올 때 심박수와 호흡이 증가하고, 근육이 긴장하면서 대사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가능한 반응이다.
특히 높은 긴장감이 유지되는 장면일수록 열량 소모가 더 컸다.
즉, 공포 콘텐츠는 단순히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에너지 시스템까지 순간적으로 가동시키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무더위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귀신의 집이나 공포영화관으로 향하는 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실제로 감각적·생리적으로 의미 있는 선택일 수 있다. 공포는 일시적으로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고, 이로 인해 체온 분포와 감각 인식이 바뀌면서 몸이 서늘해졌다는 착각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칼로리도 함께 소모하고 있다. 이처럼 공포 콘텐츠는 무더위와의 전쟁에서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뇌와 몸을 동시에 자극하는 복합적 기제로 작용한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공포 콘텐츠를 보고 난 뒤 식욕이 줄어들거나 간식을 덜 먹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되는데, 공포가 유발한 긴장감이 위장 활동을 억제하고, 일시적으로 식욕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공포로 인한 열량 소모는 실재하지만, 결코 체중 감량 전략으로 볼 수준은 아니다.
1시간 반 동안 공포영화를 봐도 소모되는 칼로리는 고작 100kcal 남짓으로, 이는 밥 한 숟가락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공포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소비할 경우, 수면의 질 저하나 만성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공포 자극에 민감한 사람은 식욕 억제보다 폭식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개인 차를 고려해야 한다.
공포 콘텐츠는 무더위를 감각적으로 해소하고, 뇌에 강렬한 자극을 줘 일시적 긴장을 해소하는 도구다.
그 과정에서 소소한 칼로리 소모가 함께 일어나지만, 체중 감량을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여름철 감각 정화와 스트레스 해소의 보조 수단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즉, 공포는 에어컨과는 다르지만, 또 다른 형태의 '서늘함'이다. 그리고 그 서늘함은 잠시나마 일상의 더위와 피로를 잊게 만든다.
올여름, 더위와 체중에 지쳤다면, 잠시 불을 끄고 공포를 선택해 보자.
그 오싹함이 마음과 몸에 남긴 흔적은 생각보다 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