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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샛별 Dec 05. 2021

리더(Leader)는 리더(Reader)다

리더가 되어가는 이야기

모든 리더(Reader)가 리더(Leader)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리더(Leader)는 리더(Reader) 임에 틀림없다.


    미국 33대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번역에 따라 Reader를 독서가, 책벌레 등으로 소개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그가 담고 싶었던 의미는 잘 전해진다.




    회사생활에서 리더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이후, 관련된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처음에는 내가 만난 리더에게 아쉬운 점 때문에 리더십 책을 파고들었다. 몇 년 전부터는 스스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닥치는 대로 찾았다. 리더가 되는 기준이나 조건은 따로 없다. 조직에 따라 리더에게 기대하는 모습도 모두 다르니 당연한 일이다. 기준과 조건이 없다는 건 그만큼 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시작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처럼 이제 막 리더 역할을 맡게 되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간 만나고 경험한 리더들의 모습에서 닮고 싶은 점과 경계해야 할 모습을 생각해봤다. 그리고 책에 담긴 저자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날들이 이어졌다. 때때로 책을 덮고 나는 어떤 모습의 리더가 되고 싶은지 고민했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데, 그렇게 노력하고 고민하며 하는 나의 말과 행동이 좋은 리더에 가까운지는 확신이 서진 않는다.



    그런 의문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리더 역할이라면 왜 이리 리더와의 갈등이 많을까? 나도 여러 차례, 내 주위에서도 셀 수 없이 들었던 리더와의 갈등들이 스쳐간다. 지금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내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는 나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갈등을 겪었던 몇몇 리더처럼) 누군가에게 출근하기 싫은 이유가 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그런 고민 때문에 지난여름의 끝자락부터 찐하게 생각했던 Leader라는 그 어렵고 부담스러운, 하지만 정말 중요한 자리에 대해 정리해두고 싶었다. 여러 권의 책과 내가 만난 모든 리더들에게서 도움을 받은 이 내용이 미래의 내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의 시작에 인용한 트루먼의 명언을 다시 읽는다. Leader는 Reader여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 Reader이기도 해야겠지만, 그 외의 많은 것들을 제대로 읽고 싶다. 구성원의 바람과 고충을 읽고 적절한 때에 해결하는 리더, 나아갈 방향과 좋은 전략을 읽고 쓸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 어쩌면 책을 읽는 건 사람과 상황을 제대로 읽기 위한 준비에 불과할 것이다. 책으로 배운 리더십이 아니라 함께 하는 동료로부터 배우고 만들어가는 나만의 리더십이 되기를 바라며, 지금의 마음들을 페이지에 남겨둔다. 언젠가의 나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기를 바라며.




    지금의 팀에 데이터 분석가가 빠르게 충원되면서 올초에 갑작스럽게 분석 파트의 리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한두 명과 일할 때는 스스로를 리더보다 시니어 분석가로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바로잡고 싶은 순간이다) 새로 합류한 분석가들이 빠르게 온보딩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파트 규모가 늘어나도 내 시간은 여전히 실무에 70, 80% 가까이 쓰였다. 채용 파트에 감사하게도 거의 매달 새로운 동료를 맞게 됐다. 많은 업무가 그렇겠지만, 소수의 인원이 하던 일을 다수가 함께할 때 초반에는 업무의 분담으로 일이 줄어들긴커녕 더 많아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별한 기준이나 약속 없이도 할 수 있었던 일에 기준과 합의가 필요해지고, 서로의 생각을 맞추기 위한 회의나 질문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초여름쯤 나는 줄어들지 않는 실무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들, 리더로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 사이에 파묻혀있었다. 파트의 방향이나 성과, 이를 방해하는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일정이 정해져 있는 실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동안 내가 되고 싶었던 좋은 리더의 모습과 나 자신이 너무 멀다고 느꼈고, 그게 또 실망스러웠다. 내가 리더 역할을 맡는 게 맞았을까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들었다. 애초에 데이터 분석가로 조금 더 일하고 싶어서 이직을 선택한 게 아니었냐며 자신에게 의문을 품었다. 금요일 저녁이면 수두룩하게 쌓인 해결되지 않은 TO DO를 보며 답답한 마음으로 느지막이 책상을 떠났다. 


    동료들이 없어 늘 바쁘던 때에도 긍정적인 기대와 에너지는 넘치던 내가 시들어가는 모습은 리더가 더 먼저 알아챘다. 나 자신도 모를 리 없지만 애써 모른 척하고 있던 변화였다. 늘 '그래도 잘될 것' 이라던 기대보다 우려의 말이 더 많아졌다. 필요한 도움은 물론, 내가 말하지 않는 도움까지 아끼지 않았던 리더가 여름휴가철이 지나가는 시점에 나에게 긴 휴가를 제안한 건 처음은 아니었다. 인원이 늘어나지만 긴 온보딩 과정 때문에 리더 역할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은 함께 느끼던 문제였다. 준비할 여유도 없이 흘러온 시간을 지금이라도 잠시 멈춰서 전환점을 만들어보자며 제안한 2주 간의 휴가 제안은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하루의 부재도 걱정되던 시기에 가능할까 싶었지만, 고민하면 할수록 지금 상태는 파트원들에게도 내게도 지속 가능하거나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늦어지기 전에 명확하게 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우리 파트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정의하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 결정했다. 그 와중에도 하루 이틀을 조정하며 망설였지만, 결국 리더 역할을 맡기 전에 진작 해야 했었던 고민을 방학숙제로 안고 짧은 방학을 맞았다.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던 것처럼 방학 이전의 나는 지금 내가 판단해도 좋은 리더가 아니었다. 오히려 리더라면 하지 말아야 할 실수들을 정말 많이 하고 있었다. 방학 동안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의 저자가 처음 리더가 되었을 때 하던 실수를 나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니 모든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밖에! 

    하지만 그런 어설픈 초짜 리더였던 나에겐 반대로 좋은 리더가 있었다. 내가 해야 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없는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좋은 '해결방법'을 제안해 결국은 해결했으니까. 2주 간의 방학을 마치고 돌아와 함께 오랜만의 1 on 1에서 내가 찾아온 나름의 답을 이야기하던 시간이 생생하다. 숙제라기보다는 보물을 찾아온 것 같은 마음으로 오랜만에 설렜다. 처음 내가 입사했을 때 보이던 반짝거리던 열정이 나 스스로에게도 다시 보이는 것 같았다. 방학이 끝난 지 이제 4개월쯤 접어들었고, 그 사이 우리 파트에는 또 새로운 사람들이 채워졌다. 여전히 나는 좋은 리더와 함께 일하고 있다. 얼마 전 피드백을 나누던 리더가 올해 자신이 가장 잘한 일이 나에게 방학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나 역시 올해 가장 의미 있던 시간으로 그때를 꼽는다. 



트루먼의 말처럼 리더(Leader)는 리더(Reader) 여야 한다면, 
나를 잘 읽은(Reader) 좋은 리더(Leader) 덕분에 
나는 잘 읽고(Reader) 돌아와 좋은 리더(Leader)가 되어가는 중이다. 





방학에 만난 리더들의 이야기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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