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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샛별 Jul 11. 2021

성공하는 팀은 무엇이 다른가

<팀으로 일하라>를 읽고


    리더십에 대한 책을 연달아 읽던 시기가 있었다. 리더와 갈등을 겪고 있었고, '저런 리더가 되지 말아야지', '좋은 리더가 되어야지'하는 생각을 자주 하던 때였다. 그 대상이 지식이든 상황이든, 무언가의 결핍은 독서의 아주 큰 동력이 되니까. 반대로 지금 회사로 이직한 뒤엔 읽고 있었던 리더십 책들을 한참 책장에 방치했다.

 

    그러다 이 책을 우연히 회사 서가에서 발견했다. 책에서 '리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슬쩍 목차를 살펴보니 리더에게 필요한 많은 고민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입사했을 때 4명에 불과하던 팀 규모가 반년 사이 3배까지 늘어난 상황이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역할에 따라 파트를 구분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파트리더를 맡아야 하는 시기였다. 다시 리더십이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볼 시점이었다. 책의 부제는 "Teamship, 변화와 성과를 이끄는 에너지"다. 예전부터 팀워크나 'One Team' 의식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던 터라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갈등이 없다면 가짜 팀이다

    저자는 팀의 단계를 형성기-혼돈기-규범기-성취기로 나눈다. 보통은 이 흐름으로 성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계속 혼돈기에 머무르거나 뒤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시로 들었던 다양한 사례들을 보며 '진짜 리더십'을 필요로 했던 과거 조직이 떠올랐다. 특히 '사적인 대화만 나누는 팀은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하나의 팀이라 할 수 없다'는 문장은 경험적으로도 와닿는 말이었다. 갈등을 회피하려면 대화를 하지 않으면 되고, 그 침묵도 싫다면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 된다. 하하호호 떠들고 자리에 돌아오지만 서로의 고민이나 생각은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저자는 갈등이 없는 팀은 가짜 팀이며, 갈등을 안고 사는 조직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그 해결을 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파트원들과 함께 2분기를 돌아보았다. 이전부터 종종 이야기 나누던 우리의 '문제'와 '원인'에 대해 긴 시간 대화했다. 문제와 함께 해결방안까지 논의하려고 잡은 회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도록 '문제'에 대해서만 치열하게 이야기했다. '불편'과 '문제'만 이야기하며 몇 시간이 지났지만 끝난 후 모두의 표정은 밝았다. 각자가 느끼는 문제를 모두 털어낸 만큼 이를 해결할 방법도 분명 찾아낼 거라는 믿음이 생겨서였다. 이후에 따로 논의를 통해 해결할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아 결정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모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믿는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고, 해결할 것이라는 걸. 



공통의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한 가지 더 저자가 강조하는 건 '공통의 지향점'이다. 팀원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지향점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그라운드룰이 나오고 누군가 '지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팀이든 더 작은 조직이든 그 조직의 목표와 존재 이유를 구성원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 조직의 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한다면 한 방향을 향할 준비는 되어 있다고 본다.

    내가 지금의 회사에서 가장 만족하는 것도 이 부분이었다. 존재 이유와 목표, 우선순위를 모두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과 결정이 필요한 순간 좋은 가이드가 된다. 특히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감사한 부분은 존재 이유나 목표 같은 것들은 누군가 (아마도 리더가) 정해서 잘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함께 생각을 모아 정의해가려는 점이다. 

    


작은, 성공의 경험

    모든 조직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비슷하다. 사람이 그렇듯, 팀에도 슬럼프가 온다. 노력은 계속하고 있지만 성과가 부진하거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조직의 자신감이나 의욕은 떨어진다. 조직이 그 상태일 때 구성원은 마찬가지로 슬럼프를 겪으며, 이탈하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성공의 경험이다. 거대한 성공이 아니어도 된다. 모든 역량을 결집해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과 의욕이 채워지면 더 큰 성공도 가능해지고, 슬럼프를 탈출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방법을 선호하는데, 목표를 세울 때도 처음에 작은 루틴과 목표를 세우는 편이다. 어느 정도 경험에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면 조금씩 기준을 높여가는 방식이다. 실패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은 '실패'의 공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성공을 조금 더 작게 정의해보는 것이 나에게는 더 적합했고, 그게 조직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저자의 팁들

    지금 우리 조직에서는 필요하거나 새롭지 않았지만 도움이 될 저자의 팁. 다행히 지금 우리 조직에서는 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고, 그 이유는 적절하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무엇보다 그 문화를 만드는 데 의미 있었던 것은 정말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이나 일하는 방식에 적합한 구성원들이 모인 것이라고 본다. 


“딱 30일만 해봅시다!”

무언가를 30일만 해보는 건 쉽다.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하는 조직은 늘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변화라는 관성을 만들자. 


경계선에 있는 일은 누가 할 것인가

관련자가 많아지면 방관자가 되기도 쉽다. 그중 누군가는 착한 직장인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스포츠의 패턴 플레이처럼 경계에 있는 일에 대응하는 패턴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탄 사람이 나중에 내리는 ‘엘리베이터 딜레마’

평가의 기준을 팀 내에서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모두가 예상하는 결과와 실제 평가결과가 비슷해야 좋은 평가다. 




주도성 총량 보존의 법칙

    저자는 조직 내에 주도성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팀장이 주도적으로 나서면 팀원은 말을 아끼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조직이나 구성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모두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제대로 움직이는 조직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는 공감한다. 보통 리더가 말을 아껴야 한다는 것도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리더 역할을 맡고 있든 그렇지 않든 나의 의견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는 듣는 게 먼저다. 예전 회사에서 그런 경험이 있었다. 리더가 아니기에 동등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내 입장에서만 그런 것 같았다. 명시적인 직급은 없었지만, '연차'에서 오는 벽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A는 어떨까 제안하면 그게 답일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였다. 

    이제 나는 우선 듣고, 이후에 생각을 말하려고 한다. (매번 잘하고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하면 보통 구성원들 중 나와 같은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다. 무게가 쏠리지 않는 상황에서 더 활발한 의견이 교환되고 더 동등하게 논의해서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의 구성원들에게 감사한 점은 충분히 수평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최적의 답을 찾아가기 위한 논의를 즐긴다는 점이다. 의견을 몰아가는 '주도자'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모두 비슷하게 말을 꺼낸다. 이게 내가 우리 조직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성장의 방법 

    직급이나 연차 순으로 중요한 업무를 맡는 조직은 성장하지 못한다. 첫 사회생활을 대기업에서 시작하고 10년가량 후배보다는 선배와 많이 일했던 나는 처음 후배들과 일할 때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저자는 경험이 쌓인 선배가 되면 기존 업무를 후배가 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후배들과 함께 성장하며 일한 경험이 없었던 내가 처음 후배와 일했을 때, 나는 내가 신입사원이었던 때를 떠올리며 많은 부분, 특히 책임지고 결정이 필요한 것들은 내가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흘러도 후배에겐 계속 내 결정과 의견이 필요했다. 후배의 성장이 더디다면 어쩌면 그 많은 부분은 내 책임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책임감 있게 끌고 가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정작 동료에게 그런 일을 맡기지 못한 셈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때로 이 경험 덕분에 나를 바꿀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다는 생각도 한다. 앞에 서서 이끌어가는 선배나 리더의 모습도 좋을 수 있지만,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선배가 있을 때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상황을 보고 결정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그 일을 해냈던 때보다 더 기쁨을 느끼는 순간도 온다. 그 성장의 속도에 맞춰 나도 더 성장해야겠다는 기분 좋은 자극도 된다. 




강점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것

    우리는 평가에 익숙하다. 학교에서는 시험 성적으로, 회사에서는 많은 경우 성과제도로 일정 기간의 내 노력을 평가받았다. 최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상대평가로 줄 세우기 식 평가가 그동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이었다. 자연스럽게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시험처럼 같은 문제를 받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과 과제를 맡는 회사에서는 평가 시즌마다 날 선 지적과 불평이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기대한 것보다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상대평가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평가를 본인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강점보다는 문제, 보완점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속한 조직은 '평가'가 아니라 '진단'으로 일정 기간을 되돌아본다.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일정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강점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전달한다. 나 스스로 생각한 강점과 다른 사람이 생각한 나의 강점이 어떤 면에서 비슷하고 또 다른지 보면 내가 어떤 방향으로 더 성장하거나 보완해야 할지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 과정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강점과 피드백 교환이 가진 힘도 느꼈지만, 우리가 생각보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조직 내에서 서로에게 칭찬하거나 감사를 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조직 안에 있다면 업무적이든 그렇지 않든 다양한 도움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관계다. 서로에게 감사하거나 응원, 칭찬할 말을 주고받는 조직에서는 상대나 팀으로부터 인정받는 경험을 매번 만들어준다. 지금 우리 팀에는 매주 주간회의에 이런 시간이 있다. 나 역시 그랬듯 처음 합류한 사람들은 낯설고 부끄러워하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도움을 받았을 때면 이번 주에 꼭 이 일을 얘기하려고 다짐하기도 한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팀

    책의 마지막 부분은 창의적인 팀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그중 가장 와닿은 부분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에 대한 거부'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팀은 버릴 것을 잘 골라야 한다. 팀에서 담당하는 업무 중 매년 10%의 제거할 업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일과 기능만 남은 최적화된 모습으로 계속 변화하는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로 계속 변화해야 하는 셈이다. 

    일은 언제나 늘어난다. 마치 엔트로피가 떠오르지만 아마 모든 직장인들은 공감할 것이다. 지금보다 일이 더 적은 상황은 만나기 어렵다. (만약 사업이 굉장히 어려워져서 일이 줄어들 순 있겠지만, 누구도 이 상황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늘어도 각자 담당하는 일이 줄지 않고 늘어나는 경험도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일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까? 어렵다. 어렵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마음속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드시, 제거할 10%를 찾아야 한다. 우리 조직이 어떤 목표와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핵심을 고민하면서 거리가 먼 일을 줄여나가야 한다. 내가 속한 파트는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다. 필연적으로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제공하는 대시보드나 리포트, 관리하는 지표가 증가할수록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운영하는 업무가 증가한다. 새로운 비즈니스나 분석이 추가되면 금세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일들이 늘 시급하다는 점이다. 시급한 일에 쫓기다 보면 조직의 코어 기능에 가까운 일들은 점점 밀려난다. 우리가 최근 2분기 리뷰에서 고민한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중요한 업무를 중심에 두고 일부를 줄일 우리만의 방법을 찾았다. 아직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 경험은 우리에게 꽤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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