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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샛별 Mar 09. 2022

Work ToGether with Gather

게더와 함께 하는 재택근무

    2020년 11월 중순쯤 코로나19가 다시 한번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리 회사는 세 번째 전사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새 사무실로 옮기자마자 시작된 두 번째 재택근무가 끝난 지 불과 5주 만의 일이었다. 구글밋으로 전사 크리스마스 파티를 진행하고, 2021년 새해 인사를 나누던 때만 해도 그다음 해의 시작까지 재택근무 상황에서 맞을 줄은 몰랐다. 우리 회사는 올해 8월까지 전사 재택근무를 확정한 상태다.


    코로나 19로 사무실 대신 집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차이는 역시 물리적인 출퇴근의 유무였다. 책상 앞에 앉기도 전에 (사실은 회사 건물에 도착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잔뜩 소모했던 출근길이 집 안에서의 몇 걸음으로 바뀌었다. 재택근무에도 불편함은 있었지만 출퇴근이 사라졌다는 장점이 그 단점들을 한참 넘어서고도 남을 정도라고 느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집콕이 체질인 나에게 재택근무는 그 외부적인 형식에서만큼은 나쁜 점은 전혀 없었다. 오랜 시간 앉아 일하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골랐던 집의 책상과 의자에 허리가 아파도 견딜 수 있었다. 

    다만 일하는 방식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에 비해 가장 큰 아쉬움은 공간의 단절이 주는 소통의 불편이었다. 회의는 화상으로도 아무 문제없이 진행됐지만, 회의가 아닌 다양한 방식의 소통과 스킨십이 특히 아쉬웠다. 의자만 살짝 돌리면 질문하거나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들이 메신저나 전화, 짧은 화상 미팅으로만 가능했다. 상대가 얼마나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지(그래서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지), 혹시 다른 사람과 이미 대화 중인지 등을 파악하는 일이 재택근무에서는 정말 어려웠다. 재택근무는 새삼 기존의 사무실 근무가 수십 km 범위의 많은 사람들을 임의의 한 장소에 모이게 해왔던 걸 느끼게 했다. 이동에 쓰이는 그 많은 물리적, 정신적 에너지를 감히 가늠해보기도 힘들다. 어쨌든,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사무실에서 눈만 돌리면 알 수 있었던 동료의 책상 상황은 보이지 않는 벽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재택근무 상황에서 입사한다는 것


    내가 입사한 이후로 우리 조직은 계속 새로운 동료들이 합류하며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1년 이상 지속되는 재택근무 기간 내내 팀원이 빠르게 늘었다. 원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왔던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재택근무의 '불편함'은 새로 조직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 이상의 큰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입사하고 두 달 만에 전사 재택근무가 시작됐던 경험이 있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나마 나는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던 첫 두 달 동안 많은 질문을 던지며 필요한 것들을 이해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무실 바깥에서 함께 회식하기도 어려웠지만, 매일 같이 함께 점심을 먹으며 서로에 대해서도 짧은 시간이지만 알아갈 수 있었다. 

    나와 달리 전사 재택근무 상황에서 입사한 사람들은 좀 더 어려운 적응기를 보내야 했을 것이다. '일'을 위해 만났기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상대를 이해하는데 꽤 큰 도움이 된다. 상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면, 함께 협업하는 데도 분명 도움을 준다. 특히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회의' 밖에 없다는 건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에 큰 허들이었다. 몇 주가 지나고도 실물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화면으로만 만나는 팀원도 생겼다. 다른 부서와의 협업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입사한 분과 함께 과제를 진행하면서 매일 같이 메신저로 대화하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상 미팅을 진행했지만 정작 사무실에서 마주쳤을 때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직무는 온보딩 과정에서 히스토리와 협업에 필요한 프로세스 외에도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데이터의 경우 문서를 뒤지는 것보다 동료에게 물어보는 것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문제는 재택근무가 가벼운 질문 같은 간단한 소통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한두 달 간격으로 계속 새로운 구성원이 합류하는 상황이어서 우려가 많았지만 온보딩은 비교적 잘 이뤄졌다. 나는 우리 회사의 가상 오피스로 사용하고 있는 게더 타운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게더 타운에 대한 소개는 회사 블로그의 글로 갈음한다. 이미 많은 곳에서 가상 오피스로, 또는 행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http://blog.hwahae.co.kr/all/hwahaeteam/culture/7527/



게더에서 만나요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수시로 생기는 궁금증을 해결할 때 메신저로 질문을 보내 두고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급한 경우 통화를 하기도 하지만 빈도는 극히 드물었다) 그에 비해 게더타운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었다. 특히 대화하고 싶은 상대의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는 점은 아주 중요했다. 사무실에서는 상대가 어떤 이유로든 자리에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지만, 재택근무 상황에서 매번 상대의 회의 일정을 확인하기는 번거롭다. 회의가 없더라도 대화가 가능한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게더타운에서 각자의 상태를 표현하는 나름의 약속을 정했다. 

회의가 있다면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한다. 
자리에서 일하고 있을 때는 각자의 책상에 앉아있는다.
잠시 자리를 비울 경우 방해금지 모드나 구석으로 아바타를 옮겨서 자리를 비운 것을 알린다. 


    사무실처럼 각자 책상을 정해서 아바타를 위치시키니 누가 자리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 중인 것도 가상의 사무공간에서 바로 보인다. 천장에서 내려다보듯 한눈에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 구성원이 많아지면서는 오히려 실제 사무공간보다 더 파악이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회사의 게더 오피스에는 개인 좌석이나 회의 공간 같은 Private Space와 모두 함께 이용하는 Public Space를 구분해뒀다. 누군가 공용 공간에서 대화하고 있다면 근처에 가서 대화에 합류할 수도 있다. 회의 전에 미리 근처를 서성이다가 수다를 떨게 되기도 하고, 게더맵에 내장된 게임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여러 구성원이 같은 과제를 진행할 때는 워낙 질문이 오고 갈 일이 많아서 아바타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생겼다. 게더에서 만난다는 것, 게더에서 일하는 것은 실제 사무실에서의 일들과 정말 많이 닮았다. 물론 실제 사무실에서는 네트워크 이슈로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거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 (게더에서 유일한 아쉬움은 네트워크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사진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요즘의 고급스러운 컴퓨터 그래픽과 달리 게더의 이미지들은 브릭 조각으로 만든 것 같다. 아주 넓어진 싸이월드 미니룸, 혹은 그 이전의 그래픽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 투박함은 전혀 우리의 소통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게더의 공용 공간에서 진행하는 대화는 실제 오프라인 공간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그대로 닮았다. 누군가와 멀어지면 목소리도 화면도 흐려지고 어느 정도 이상으로 멀어지면 아예 연결이 끊긴다. 누군가에게 내가 가까워지면 따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대화를 시작할 필요 없이 바로 상대에게 연결된다. 




Gather로 ToGether,


    나를 제외한 모든 파트원들은 재택근무 상황에서 입사했다. 거의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지극히 드물게 사무실에서 만났다. 실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건 한 달에 한 번도 채 되지 않지만 그래도 친밀하다. 직접 만나서 식사를 하는 것보다 랜선 회식이 더 많았지만 어색하지 않다. 예전의 사무실 근무에서 식사나 티타임 등으로 구성원들과 스킨십을 할 수 있었던 것을 재택근무에서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만의 근무방법과 스킨십 채널을 만들어가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가상의 사무실, 게더타운에는 동료들의 아바타가 각자 취향대로 꾸민 책상 앞에 앉아있다. 각자의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거나, 누군가의 책상 옆으로 다가가 함께 대화를 나눈다. 사무실 창문에서 보이는 빌딩 숲 대신 가상의 바다가 펼쳐진 유리창 앞에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다른 팀 공간으로 찾아가 가벼운 협업 논의를 하고 내 책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전사 재택근무 상황 속에서 새로 합류한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우려했지만, 또 하나의 오피스는 그 우려도 혼자 일하는 외로움과 함께 사라지게 했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날들이다. 마치 공간을 공유하듯 붙어 지내던 책상 대신 오로지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일한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화면 너머로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화면 너머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언제나 내가 손 내밀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믿음은 작은 가상공간과 아바타에 담기에는 너무 크다. 어쩌면 Gather로 함께(ToGether) 일하면서 재택근무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 믿음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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