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홀로 하는 여행은 단점보단 장점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는데 하나는 마음껏 음식을 주문할 수 없다는 것, 또 하나는 사진 속에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찍어 보기도 하지만 대체로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거나 다 똑같은 포즈뿐이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이대고 있다 보면 먼저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보답으로 나도 그들의 사진을 아주 정성스레 여러 장 찍어준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한 번은 문외한인 내가 봐도 값 비싼 카메라를 든 사람이 다가왔다. 자신을 포토그래퍼로 소개한 그는 우연히 카메라에 내 사진이 찍혔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낯선 외국인의 이름으로 쓰인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거기엔 짧은 글과 함께 딱 봐도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고화질의 선명한 사진 한 장이 담겨 있었다. 돌이켜 보면 원치 않게 찍힌 생면부지 여행객의 사진을 지워버리거나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대신 그는 내게 다가와 주었고, 덕분에 그 순간을 기록한 선물이 생겼다. 무엇보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여행에 대한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언제까지고 기억될 만한 추억이다.
여행 끝에 남은 사진을 정리해 본다. 내가 언제 이런 걸 찍었나 싶은 사진도 있고 생각보다 잘 나온 사진, 초점이 흔들려 지워야 하는 사진도 있다. 또는 어느 명소 앞에서 자연스레 찍힌 알지 못할 얼굴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우연히 화면에 잡힌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중엔 이름 모를 누군가의 인생사진이라 불릴 만큼 잘 나온 사진도 있다. 분명 나만 알고 간직하기엔 아까운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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