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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May 23. 2024

처음: 터닝포인트


처음을 기억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일 뿐, 누구에게나 어떠한 것에도 처음은 있다. 처음 이유식을 먹었을 때, 처음 걸었을 때, 처음 말을 했을 때, 처음 이가 빠졌을 때,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처음 졸업했을 때, 처음 연애를 했을 때, 처음 취직을 했을 때, 그리고 처음 퇴사를 했을 때.




나의 여행의 처음은 첫 퇴사와 함께 시작한다. 여행을 가기 위해 퇴사를 했고,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을 해외의 어느 낯선 도시에서 홀로 보냈다. 난생처음 혼자 떠나 본 것이기에 내가 정의하는 여행의 처음이다. 물론 그전에도 여행을 간 적은 많다. 매 계절 가족을 따라, 또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다. 그러나 그런 여행들은 어떻게 갔는지, 어디서 먹고 어디서 잤는지 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의 등을 보며 이리저리 이끄는 대로 끌려 다녔을 뿐이다. 당시만 해도 나는 내가 길치라 생각했고, 혼자서는 어디도 못 갈 줄 알았다.


그랬던 사람이 혈혈단신으로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복잡한 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 한 달을 살았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 그 시절의 경험을 온전히 말로 설명하거나 글로 표현하긴 어렵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도 그런 류이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건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은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나의 취향과 잘하는 것, 못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등 내게 어울리는 삶의 방향을 깨닫게 해 줬다. 한 마디로 나의 여행의 처음은 인생의 터닝포인트이자 취향의 발견이다.




뉴욕에서 한 달 살기,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자고. 그리고 그 결심은 처음 떠났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잘 지켜져 오고 있다. (단, 전 세계적 팬데믹 기간은 예외로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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