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이름을 알려주어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식당을 예약하거나 웨이팅 리스트에 올릴 때도 필요하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려 해도 필요할 수 있다. 심지어 스몰토크로 이름을 물어보기도 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낯선 이에게 이름을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낯선 땅에선 “What’s your name?”이 금단의 질문이 아니며, “Where are you from?”과 함께 가장 많이 들을 수도 있는 문장인 것이다.
내 이름은 J, Jane, 그리고 Jin이다. 본명은 따로 있지만 해외에서 사용하는 영어 이름이다. 혹자는 왜 이렇게 이름이 많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도 있지, 뭐 어때’라고 얘기하겠다. 물론 처음부터 이름이 여러 개였던 건 아니다. 나의 첫 번째 영어 이름은 ‘클로이 Chloe’였는데, 당시 내 본명이 나와 맞지 않는다며 바꾸는 게 낫다는 조언을 들었다. 어릴 때 집에서도 개명에 대한 얘길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순간 혹 하긴 했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내 대답은 ‘굳이’이다.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할뿐더러, 법적인 이름을 바꾼다는 게 보통 귀찮은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대신 바꾸었던 게 영어 이름이다.
가능하면 세계 어디서든 읽기 쉽고, 듣고 따라 하며 발음하기 어렵지 않을 이름을 선택했다. 이름의 제 역할은 다른 사람이 불러 주어야 가능한 것인데, 말할 수 없는 이름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서다. 그렇게 지었던 이름이 여행을 하며 점점 더 늘었고, 어느새 세 개가 되었다. 내가 있는 장소와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날그날 기분 내키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듣고 싶은 대로 이름을 부를 수 있다니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
- What’s your name?
- Jane
- J?
- Yes,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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