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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May 27. 2024

멍청비용과 여행의 상관관계


여행을 하면 할수록 늘어가는 게 하나 있다며 그건 바로 멍청비용이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전에 이것저것 알아본 뒤, 미리 예약하고 구매하며 한 푼이라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곤 했다. 최대한 실수하지 않고 손해보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나 원래의 나는 미리 계획을 세우고 만반의 준비를 하기보단, 벼락치기를 즐겨하고 잘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항공권을 제외하곤 모든 일을 하루 전에 생각하고 결정하게 되었다. 저녁에 씻고 잠들기 전 내일 어디에 갈지, 무엇을 할지 정하는 것이다. 입장권은 현장에서 구매하고 지나가다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며, 심지어 현지 공항에 도착해 호텔을 예약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더불어 쓰지 않아도 되는 멍청비용의 발생 빈도도 늘어나 버리고 말았다.




호텔 앞 줄지어 늘어선 택시에 올랐다. 목적지는 아부다비 루브르 Louvre Abu Dhabi 이다. 중동의 뜨거운 태양아래 야외 활동을 하기 힘들 정도로 온도와 습도 모두 최고조에 올라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 박물관은 최고의 선택지다.


아부다비의 곧게 뻗은 도로를 달리고 달려 마침내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려 건물까지 걸어가는 잠깐 사이에도 땀이 비 오듯 흘렀고, 쨍쨍한 하늘을 제외하곤 걸어 다니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다들 안에 들어가 있나?’ 생각해 보지만 이는 나만의 착각이다. 입구로 다가가니 문에 종이 한 장이 붙어있었다.




“휴관”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바로 매주 월요일은 아부다비 루브르의 휴관일인 것이다. 아부다비에서 루브르는 나의 To Do List 상단에 올라 있었다. 다만 언제 갈지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 정보 없이 택시에 올라 루브르를 외친 것이 화근이었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도 모른 채 터덜터덜 되돌아 나오니 택시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내가 타고 온 그 택시이다. 대충 그의 말을 이해해 보면, 다시 올 걸 알고 나를 기다렸단다. 고마워해야 할까? 아닌가? 조금은 헷갈렸다.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택시 안에서 다짐해 본다.


 ‘루브르는 내일이다!’


그렇게 멍청비용으로 왕복 택시비를 날리고 다시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여행의 교훈을 얻는다.



*오늘의 교훈: 장소불문 이유불문 휴무일은 반드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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