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May 29. 2024

주인장과 나


‘홀짝홀짝’


오후 4시, 교토의 어느 동네 작은 주차장 한편에 숨은 아주 작은 카페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이다. 알지 못하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칠 만한 그런 곳이다. 그리고 이곳엔 사람이라곤 나와 주인장, 들리는 소리라곤 오래된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과 뜨거운 커피를 들이켜는 소리뿐이다.




분명 교토의 유명한 커피 맛집이라 해서 찾아왔는데 이런 상황은 살짝 당혹스러웠다. 길게 늘어선 줄은 아닐지라도 가게 안에 사람 한 명 없다니! 다소 외지고 음침해 보이는 가게 외부는 쓰러지진 않을까 걱정되었고, 어두컴컴한 내부 분위기는 주문을 망설이게 했다. 심지어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하늘은 온통 회색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무뚝뚝한 표정의 주인은 내가 들어서니 그제야 오래된 유물을 작동시켜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흘러나오는 소리에 다소 긴장감이 풀어졌고 마음에 드는 원두를 골라 주문을 했다. 이제는 LP판에서 나오는 재즈에, 즉석에서 갈리는 원두와 정성스레 핸드드립으로 커피 내리는 소리가 더해진다. 향긋하고 고소한 향이 어두운 가게를 채우기 시작하고, 마침내 내 앞에 작은 잔 하나가 놓였다. 오랜 침묵 끝에 갓 내린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켠 순간,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 여기 커피 맛집이었지!




홀짝홀짝, 어느새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번갈아 뜨거운 커피를 입에 적시는 소리만 들린다. 빨리 마실 수도 없고, 맛은 있는데 마음은 편치 않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러나 가게엔 여전히 나와 주인장,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소리만이 감돈다.


‘제발 누구 한 명만 들어와라!’



© 2024. by JIN. All rights reserved.


이전 07화 초심자의 행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