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넨 왜 거기만 가?”
휴가를 마친 뒤 기념품을 들고 돌아온 직장동료이자 입사동기에게 물었던 말이다. 그와 그녀, 그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가 ‘거기’라 부르는 곳을 다녀왔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2시간이면 가는 그런 데다. 자고로 여행이란 가능한 멀리, 가능한 오래, 그리고 매번 다른 곳으로 가는 걸 미덕으로 여겼던 내겐 그들의 행보가 이해 가지 않았다. 그들이 가는 그런 데는 마음만 먹으면 주말 또는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10시간은 넘게 비행기를 타고 시차란 게 존재하는 곳으로 떠나는 게 남는 거고, 열심히 일한 나에 대한 보상이라 여기며 일 년을 기다려 왔다. 당연히 휴가의 시작과 함께 공항으로 출발해서 회사 출근 하루 전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나는 회사생활 내내 유럽 어느 나라, 미국 어딘가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항공권을 검색하곤 했다. 그만큼 가까운 옆나라 이웃나라는 지구 반대편 저 멀리 떨어진 낯선 이름의 도시보다 내겐 더 먼 것이었다.
어느덧 시간의 사용이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찾아왔고, 내가 원하면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었다. 나의 선택은 그동안 소홀히 하며 외면했던 그곳, 바로 도쿄다. 다소 긴 일정으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도시를 거닐어 보니, 하루 이틀 머물렀던 그때엔 보이지 않던 일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 소리, 풍경, 건물, 냄새 등. 이제야 “그냥, 좋아서“라며 미소 짓던 그와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도 사계절은 봐야 한다는데, 하나의 도시를 어찌 한 번의 짧은 방문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어쩌다 보니 ‘거기’로의 여행은 일 년 새 네 번을 왔다 갔다 하며 봄에 시작해 겨울에 끝났다.
그리고 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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