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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광고 기술 부문의 ‘독립 생존 실험’

구글은 지금 거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오는 9월, 버지니아 연방 법원에서 열리는 반독점 재판은 구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쟁점은 단순하다. 구글이 광고 기술 부문, 특히 구글 애드 매니저(Google Ad Manager, 이하 GAM)를 분리해 독립시켜야 하는가?

법원의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구글은 이미 마치 ‘독립’을 기정사실화하듯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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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고주’에게 다가간 판매자

구글 애드 매니저는 원래 퍼블리셔(언론사·웹사이트 운영자)들이 광고를 팔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반면 광고 구매는 ‘DV360(Display & Video 360)’ 같은 다른 부서가 맡아왔다.
그런데 최근 GAM 팀은 뉴욕에서 대형 광고 대행사들과 만찬을 열고, “앞으로 광고주와 직접 협력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만약 분사가 이루어진다면, GAM은 기존처럼 퍼블리셔만 상대해서는 생존하기 어렵다. 광고주와 직접 연결된 ‘양면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독립 기업으로 버틸 수 있다.


2. 구글이 직면한 이중 압박

구글의 변화 배경에는 법적 리스크와 사업 압박이라는 두 가지 현실이 있다.

법적 리스크
올해 4월, 법원은 구글이 퍼블리셔 광고 판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졌다고 판시했다. 이는 법무부가 GAM의 분리를 요구할 강력한 근거가 된다.

사업 압박

구글 네트워크 사업(배너 광고 중심)의 매출은 2022~2024년 사이 7% 감소, 30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GAM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억 달러로 추정된다. 업계 ‘공룡’임에는 분명하지만, 성장 정체는 피할 수 없다.


3. 신흥 시장에서의 ‘불발’

구글이 개척하려 한 신흥 광고 시장은 녹록지 않았다.

스트리밍 TV: OTT 서비스 한 곳은 “구글의 기술은 소규모 웹 퍼블리셔 중심이라 대규모 스트리밍 광고를 감당하지 못했다”며 협상을 중단했다.

우버(Uber): CPM(노출 단위) 모델만 지원하는 구글 기술과, ‘여정 단위 과금’이라는 우버 특화 모델의 불일치로 협업에 차질.

로쿠(Roku): 장기 파트너였음에도 자동화 수준이 떨어져 자체 기술로 광고 판매를 병행해야 했다.

즉, 전통적 웹 배너 강자였던 구글은 스트리밍·모바일 앱 중심의 차세대 시장에서는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4. 뒤늦은 인센티브 전략

예전의 구글은 “우리는 기술력이 뛰어나니 고객이 따라온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할인·현금 인센티브라는 전통적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2024년 2분기: 광고 대행사에 GAM 경유 할인 제공

2023년 이후: 모바일 퍼블리셔 유치를 위해 AdMob 사용자에게 현금 보조 지급

그러나 이는 경쟁사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사용해온 방식이다. “구글의 대응은 너무 늦었다”는 업계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5. 독립 기업으로서의 생존 전략

만약 법원이 분리를 명령한다면, GAM이 독립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Buy-Side 강화 – 광고주와 직접 연결된 양면 플랫폼 구축

신흥 매체 확장 – 스트리밍 TV, 게임, 오디오 등으로 영역 다변화

파트너십 다변화 – 구글 내부 생태계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광고 기술과의 협업 확대

즉, 구글이라는 ‘우산’ 아래 있던 GAM이 이제는 스스로 우산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구글 애드 매니저의 독립 가능성은 단순한 기업 재편을 넘어 글로벌 광고 시장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GAM이 독립한다면, 이는 “구글의 손발이 잘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광고 기술 기업의 등장을 의미한다. 규모만 놓고 보면 여전히 매출 50억 달러급 ‘슈퍼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는 셈이다.

문제는 구글의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에서 과연 적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첩성과 유연성이 부족하다면, 독립은 곧 생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지금의 압박을 기회 삼아 혁신에 성공한다면, GAM은 구글이라는 ‘거인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광고 혁신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재판은 구글의 독점 규제 사건이자, 동시에 광고 기술 산업의 세대교체 시험대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는 ‘구글 시대’ 이후 새로운 광고 생태계의 질서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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