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미디어 시대 AI와 데이터 표준화가 이끄는 ‘측정의 재정의’
쿠키의 시대가 저물면서, 마케터들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마케팅 믹스 모델(MMM: Marketing Mix Modeling)이다.
한때는 복잡한 멀티터치 어트리뷰션(MTA)에 열광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트래킹 제약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각 채널의 ‘진짜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해답이 필요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 가 등장하면서, 기존 MMM의 한계가 더욱 분명해졌다는 점이다.
리테일 미디어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광고 채널이다.
2027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이 예상되며, 미디어와 커머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Amazon, Walmart Connect, Instacart, Target Roundel 등 주요 리테일러들은 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 광고를 집행하며, 퍼포먼스 + 브랜딩 + 판매를 동시에 공략하는 복합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기존 MMM은 속수무책이다.
단 10%의 마케터만이 “우리의 MMM이 채널 간 증분효과를 제대로 측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기업은 리테일 미디어 데이터를 모델에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리테일 미디어 예산은 종종 마케팅 본부가 아닌 세일즈나 커머셜 조직에서 따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 전체의 미디어 효율을 통합적으로 보기 어렵고, ROI 분석이 사일로(silo) 안에서 이뤄진다.
리테일 미디어는 한편으로는 언드(Owned) 데이터 기반의 미디어 채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리테일러가 직접 판매와 연계된 자체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소매업체가 스스로 성적표를 매기는” 구조가 되어 측정의 객관성이 흔들린다.
현재 MMM 모델 중 절반만이 오프사이트 리테일 미디어를 반영하고 있다.
즉, Amazon DSP나 Walmart Connect의 외부 트래픽 캠페인은 여전히 ‘블라인드 스팟’이다.
이는 브랜드 상단 퍼널(Upper Funnel) 효과를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리테일러 데이터는 빠르고 세분화되어 있지만, MMM은 분기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느린 시스템이다.
또한 각 리테일러가 ROAS, Incrementality(증분효과) 등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고 계산하므로,
브랜드 입장에서는 apples to oranges, 즉 비교가 불가능한 데이터 세트를 받는 셈이다.
이제 마케터들은 AI와 제너레이티브 애널리틱스(Generative Analytics) 를 활용해
기존 MMM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핵심은 ‘정적 모델’에서 ‘실시간 통합 모델’로의 전환이다.
AI는 MMM과 SKU 레벨 데이터를 결합해,
어떤 제품·채널·프로모션이 단기 매출과 장기 브랜드 가치에 기여했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리테일, 세일즈, 미디어 팀 간의 데이터 사일로를 허물고,
전사적 의사결정(holistic decision-making) 이 가능해진다.
기존 MMM이 분기 단위 피드백에 머물렀다면,
AI는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캠페인 단위의 ROI 분석을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리테일러의 프로모션 타이밍, 가격 전략, 유통 가용성까지 고려해
마케팅 예산을 조정하는 ‘적응형 MMM(Adaptive MMM)’이 현실화되고 있다.
리테일 미디어가 진정으로 메인스트림 광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측정 표준화(Standardization) 가 필요하다.
각 리테일러가 제각각 계산하는 ROAS나 Incrementality는
모델링의 입력값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투자 판단을 왜곡시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는 다음 세 가지를 요구해야 한다.
데이터 투명성 확보
리테일러가 제공하는 미디어/데이터 비용, 타게팅 방식, 증분효과 계산 로직 공개 요구
공통 KPI 정의
ROAS, 매출 증분, 고객 생애가치(LTV) 등 KPI를 리테일별로 표준화
통합 모델 구축
마케팅 ROI와 커머셜 KPI를 동시에 반영하는 통합 MMM 개발
이러한 표준화는 단순히 수학의 문제가 아니다. 리테일러와 브랜드 간의 신뢰 구축 메커니즘이며, 결국 리테일 미디어 산업 전체의 성장 기반이 된다.
MMM은 한때 느리고 과거 지향적이라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하지만 이제, AI와 데이터 표준화의 힘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리테일 미디어는 더 이상 부가 채널이 아니다. 그 자체가 브랜드의 판매 엔진이며, 그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경쟁력이다.
미래의 마케터는 단순히 “얼마 팔렸는가”를 묻지 않는다.
그들은 묻는다 —
“우리의 데이터가 진짜 ROI를 증명하고 있는가?”
리테일 미디어 시대, MMM은 이제 측정의 과학에서 통합의 전략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 시작은 더 빠르고, 더 투명하고, 더 지능적인 모델을 구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리테일 미디어는 광고와 커머스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의 상징이다.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단순한 퍼포먼스 수치가 아니라
“측정의 신뢰도와 투명성” 을 확보해야 한다. AI 기반 MMM의 진화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