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빈 그리드'가 새로운 런칭 전략이 되었을까?
2025년, 뷰티 브랜드들이 제품을 세상에 알리는 방식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신제품 티저 이미지나 셀럽 협업 콘텐츠로 ‘런칭’을 알렸다면,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전략은 의외로 단순하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비우는 것’이다. 단 하나의 포스트도 남기지 않고, 계정을 백지 상태로 만드는 이 전략은 과연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이 전략의 시초는 뷰티가 아닌 패션과 음악 산업이었다. 2013년, 카니예 웨스트와 레이디 가가는 새 앨범을 발표하기 전 트위터를 삭제하며 새 시대를 예고했고, 2016년 생로랑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 피드를 전부 삭제했다. 그리고 2017년, 테일러 스위프트는 'Reputation' 앨범을 앞두고 모든 SNS 계정을 비우며 전 세계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제 이 전략은 뷰티 브랜드의 핵심 런칭 무브가 되고 있다.
2024년 7월, Rare Beauty는 첫 향수 ‘Rare Eau de Parfum’의 공개를 앞두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전부 삭제했다. 무려 8.3M 팔로워가 있는 계정을 24시간 동안 공백으로 남겨두고, 다음 날부터는 셀레나 고메즈의 인터뷰와 향수 관련 독점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브랜드의 마케팅 부사장 Ashley Murphy는 “단순한 시각적 리셋이 아니라, 감정적인 리셋을 원했다”고 말했다. 향수의 다소 어둡고 무드 있는 이미지에 맞춰, 브랜드 전체 톤을 맞추기 위한 리셋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셀레나 고메즈라는 글로벌 셀럽 덕분에 ‘피드 삭제’는 순식간에 바이럴됐다. PopCrave 같은 대형 연예 미디어 계정들도 이를 포착해 보도하며, 제품 발표 전부터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미니멀한 뷰티 브랜드 Merit는 2022년 이후 네 번이나 피드를 비웠다. 각각의 리셋은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스킨케어, 아이섀도우, 향수, 틴티드 SPF)의 런칭 신호였다. CMO Aila Morin은 말한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지우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하는 하나의 신호일 뿐, 전략 전체는 아니다.”
Merit는 매번 이 전략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완한다. 뉴욕 팝업스토어, Brooks Brothers와의 협업, 인플루언서 콜라보 콘텐츠 등 입체적인 캠페인 설계와 함께 ‘지운 피드’를 다시 채워나간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는 기존의 구매 동선(예: 페이스북 광고 클릭 → 인스타그램 탐색)을 일시적으로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감수한다. 단기적 손실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Front Row의 VP Katelyn Winker는 “전면 그리드 리셋은 재브랜딩, 전략적 비주얼 변경 등 브랜드에 큰 전환점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너무 자주 사용할 경우 그 임팩트는 약해진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피드 삭제' 대신 부분적 그리드 테이크오버 전략을 활용한다. 테마, 무드보드, 콘텐츠 톤앤매너를 특정 캠페인에 맞춰 조정한 후, 다시 기존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방식이다.
또한 Saie는 런칭 캠페인 외에도 제품 확장 시에는 아예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 핵심 팬들과 깊은 소통을 시도했다. 기존 피드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콘텐츠 공간을 실험한 것이다.
그리드 삭제 전략의 핵심은 단순히 ‘지운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새롭게 말하기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데 있다. 단지 피드를 비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삭제 이후의 콘텐츠가 충분히 매력적이고, 일관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을 때만 이 전략은 성공한다.
실제로 Saie가 파운데이션 런칭을 앞두고 피드를 비운 후 올린 첫 티저는 400개가 넘는 댓글을 받으며 큰 반응을 얻었다. 이전보다 훨씬 높은 참여율을 보이며 ‘기다린 보람’을 증명한 셈이다.
피드를 비우는 전략은 이제 뷰티 브랜드의 ‘비밀 병기’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전략이 너무 많이 쓰이게 되면, 오히려 새로움보다는 식상함을 줄 수도 있다. Merit의 Morin은 “당신이 이 전략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제 브랜드들은 다음 스토리텔링 전략을 고민할 시점에 와 있다.
[브랜드 마케팅 인사이트]
인스타그램 그리드 리셋은 시각적 충격을 넘어 ‘새로운 서사의 시작’을 알리는 전략
단독으로는 효과적이지 않으며, 팝업, 인플루언서, 협업 등과 함께 설계되어야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할 수 있는 타이밍에만 사용해야 한다
다음 시대는 ‘삭제가 아닌 구성’을 통한 감정적 연결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