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벗어버리고

김시헌

by 김시헌



감정을 벗어버리고




나를 둘러싼 감정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 있다.

이미 떠나버린 사람을 홀로 그리워하고 있을 때나

곁에 있는 누군가를 미워하며

그의 작은 실수에도 화를 내고 있을 때

나는 그 감정들을 벗어버리고 싶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나의 짧은 삶을 즐길 수 없게 만드는

내 안에 그 두려움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 있다.

사랑하는 이의 사소한 일에도 입을 닫아 버리는

그런 나의 질투를 벗어버리고 싶을 때 있다.

그랬다면 나는 덜 외로운 사람이 되었을까?

내 곁을 지켜주던 그녀도 눈물을 덜 흘렸을까?



그리움과 외로움을 벗어버리고

내 사랑이 편해질 수 있다면

조금 덜 사랑하고 조금 덜 그리워하더라도

차라리 나의 감정을 벗어버릴 수 있다면

그랬다면 어느 누구는 나를 떠나지 않았거나

어떤 누군가를 나는 잊고 살 수 있었겠지.








시집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음을 그대는 모르고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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