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컬 파머스 마켓
벚나무가 한껏 자태를 뽐내는 계절 시작된 Farmer’s Market이 한여름을 지나고 있다. 목요일은 지역 마켓에 자원활동을 하러 간다. 새로운 곳에 옮겨져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면 자원활동 자리에 나아갔다. 한국에서는 탈북자모임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그전엔 해외 입양인의 모국 활동을 돕는 단체에서 통역을 했다. 시민들에게 한양도성을 소개하며 함께 걷고 시간을 넘나드는 서울을 만나기도 했다. 타인을 위해 내 시간을 쓰는 일이 삶의 일부가 된 건 이민교회에서 배운 가르침 덕분이었다.
파머스 마켓은 밴쿠버 전역에서 키운 야채, 과일, 계란 등 식재료, 수제로 만든 베이커리와 초콜릿 등 먹거리, 직접 빚은 와인과 맥주 뿐만 아니라 푸드트럭에 공예품까지, 다양한 상인들이 물건을 파는 장터다. 이곳을 좋아하는 건 캐나다 보통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고, 무엇보다 많은 이들의 신성한 밥벌이 현장이기 때문이다. 김훈 선생은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 가는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한평생 목이 메었다고 썼다. 밥벌이에는 그런 비애가 담겨 있다.
마켓이 열리기 두 시간 전부터 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상품을 진열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을 돕는다. 능숙하게 장사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을 보고 있으면 꼼꼼히 수업 준비를 하고 모니터 앞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는 내 모습과 겹친다. 일하는 모습이 하나같이 달라서 재미있다. 장사 준비를 일찍감치 끝내고 여유롭게 손님을 맞는 상인, 마켓이 열린 후에 도착해 분주한 상인, 에누리 없이 꼿꼿하거나 덤을 얹어주는 넉넉한 상인, 모두 밥벌이에 대한 간절함이 자신만의 방식 속에 녹아 있다.
목요일 오후 뉴웨스트민스터 시청의 텅 빈 주차장에 사람들이 자신만의 가게를 차곡차곡 만들고 나면, 뮤지션의 연주가 흐르고 아이들을 위한 활동과 게임까지 더해져 근사한 마켓이 완성된다. 이 작은 공동체에서는 해결되지 못할 일이 없다. 이곳을 함께 만들어 내는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자부심이 있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물건을 사고팔고 편히 구경하며 쉬어가는 평화로운 곳. 자유롭게 움직이며면서도 질서 있는 이 공간이 좋다.
자원활동은 내 것만 내어 놓는 것 같지만 종종 더 많은 것을 얻는 일이다. 나의 다음 길을 찾는 동안 내 생각의 모양을 다듬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쓸모를 찾아가는 작은 성취와 보람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란 자신감을 준다. 또 자원활동은 여유로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요즘은 뉴웨스트민스터 시장(Mayor)도 한 자리 잡고서 시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를 둘러싼 의전도 없고 먹을 것을 가져다 챙기는 사람도 없다. 소탈하고 비관료적인 캐나다의 문화를 가까이에서 체험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파머스 마켓 자원활동이 가장 좋은 건 누군가의 고단한 밥벌이에 작은 손을 보태 순적한 하루가 되도록 돕는다는 데에 있다. 오늘은 부스마다 돌면서 사진을 찍고 마켓 공식 계정에 상인들을 소개했다. 활짝 웃는 여러 얼굴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노동은 하늘의 형벌이 아니라 축복 일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