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였는지, 이제야 지난 날들을 돌이켜본다.
“나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릴 수 없었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그 물음 앞에서 나는 잠시 멈칫한다.
한 번도 나는 단 하나의 직함으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보디가드였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였고,
의뢰인의 사업까지 도우려 애썼던 시행 브로커였으며,
분양 상담사로 고객의 미래를 설계했고,
소믈리에로 와인의 향기를 해석했다.
어떤 날은 로비스트로, 어떤 날은 번역가로,
때론 무역 에이전트로 국경 없는 거래를 중개했고,
또 박물관 보안 책임자 겸 파트너로
수천 년 전의 유물과 마주 앉아 그 역사를 듣기도 했다.
유물 감정위원으로는 진위와 가치를 판별했고,
그 모든 순간순간 나는 또 다른 ‘나’로 살아가야 했다.
그건 방황이 아니었다.
카멜레온 같은 ‘변신’이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이름이 다를 뿐, 나는 언제나 같은 나였다.
생존을 위한 싸움에서, 가치를 지키는 선택에서,
사람을 위한 직업의 윤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살아 있는 직업인’이자 ‘경계 위의 인간’이었다.
이 에세이는 수많은 나의 이름들,
그리고 그 이름들이 만들어낸 한 사람의 생애 연대기다.
어느 하나로 정의되지 않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살아낸’ 인생에 대한 기록이다.
이제 나는, 감히
내 이야기를 그대로 연재하려 한다.
필력은 많이 어설프지만
가명도, 포장도 없이.
단지 ‘김진용’이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