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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링jk Sep 24. 2021

고양이처럼 살기로 한다. : 집사말고 주인

고양이가 인간보다 더 현명해 


나를 돌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고양이를 애지중지 키우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좋은 사료를 먹이고 질 좋은 간식을 고르고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시선을 빼앗으려 노력하고 

경치 좋은 곳에 캣타워를 설치하여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하고.. 등등. 


잘 먹이고 잘 놀게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게 한다면 

인간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고양이와 다를 바 없이.      


나는 나에게 실험을 해보기로 한다. 

고양이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의문을 가지면서. 


첫 번째 좋아하는 풍경을 멍하게 바라보기. 

두 번째 집중을 모아 목표물을 노려보며 움직임을 파악하고 돌진해보기. 

(이것은 나의 목적을 생각하며 실천하는 인간다운 행위로 치환해 본다.)

세 번째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몸에 힘을 풀고 퍼져 있기.     

고양이로 살아보기를 정한 곳은 강릉이었다. 


나는 매일 바다를 보러가 멍 때리기로 했다. 

나는 현재 글을 쓰는 작가 신분이었다. 

나는 매일 원기옥을 모아 몇 줄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침대에 누워 온몸에 힘을 풀고 퍼져 있기로 했다. 

(잠을 자는 건 아니다. 핸드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한다. 

왜냐면 고양이는 핸드폰을 하지 않으니까.)        


최민석 작가의 '베를린 일기'를 읽으면서 

나도 강릉에 가서 매일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나의 일상이 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아 보려고 한다. 

유명한 작가이기 때문에 일기도 출판이 될 수 있는 것일 수 있으나, 

내가 언젠가 유명해졌을 때 그 때 빛을 볼 수 도 있는 일이니까. 


일단 글을 남겨보기로 한다. 

일기를 쓰면서 고양이처럼 사는 거다. 

내 일상을 고양이처럼 큐레이션 하면서 사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8시에 일어나면 

담배-글쓰기 5줄- 책10p읽기- 간단한 운동

이라는 루틴을 지키며 살고 있다. 


루틴이라는 것은 심리상담을 하면서 정하게 되었다.      

루틴을 지키는 일상이라는 것은. 

눈을 떠서 우울감에 잠식되기 전에 할 일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오늘은 또 어떤 우울에 나를 잃게 될지 두려워 하는 시간에 

내 루틴의 그 다음 순서를 생각하게 하며 우울을 잠시 까먹게 한다. 

루틴을 해내고 난 뒤 나의 행동에 나의 의지에 만족하며 감사하게 되어 

나를 조금씩 좋아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무기력과 우울감에 힘들어본 사람으로서 좀더 와닿는 말로 루틴의 효능을 말하고 싶은데 

내가 저걸 어떻게 해? 너니까 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을 들지 않도록

그럼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저 사람처럼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건 맞다. 

그래서 더 루틴이 나를 일으키고 무기력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는 간증을 계속해서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작고 귀여운 행동만으로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겪어보았으니까.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으니까.      


그래서 일단 나는 고양이처럼 살아보며

인간인 나를 돌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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