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일요일, 달리기를 했다.
나이키가 영동대로를 막는 대가로 만삼천 명에게 돈을 받고 뜀박질을 시켰다.
뜀박질도 힘든데 돈까지 내라는 이 기막힌 호구 짓에 호구롭게 동참했다.
처음 달리기를 접한 건 학부 시절 친구와 함께였다.
러닝 이벤트가 막 생겨나던 때였다.
연습이 필요한 줄 모른 덕에 고생깨나 했더랬다.
나는 자꾸만 뒤처졌다.
나보다 신체 능력이 좋았던 파트너는 앞서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등을 밀어주거나 무리해서 이끌지도 않았다.
내 속도에 맞춰 걷고 뛰다 가끔 “괜찮아?” 하고 물어볼 뿐이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헐떡이며 괴로운 그 순간에 혼자가 아니라는 게 위로가 됐다.
함께 달리는 사람이 있어 든든했다.
혼자 자라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는 나에게 내 속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속도로도 달릴 수 있다는 건 터질 것 같은 얼굴만큼 가슴을 뜨끈하게 했다.
흔히 달리기를 인생에 비유한다.
홀로 달릴 게 아니라면, 내 능력보다 조금 느리게 가는 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인생의 목적은 더 즐겁게 여정 하는 데 있으므로.
이따금 달리기 연습을 한다.
조금 더 읽고, 쓰고, 배워본다.
힘이 넘치는 사람이 되어서 옆 사람의 여정이 지루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필요하다면 손을 내어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일요일, 조금은 낯선 지인과 함께 달렸다.
지인의 달리기가 덜 힘들고, 덜 지루했기를 바란다.
나는 그랬다.
* 일기(日气)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
* 김민기님의 그림은 http://instagram.com/kimminkiki/ 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