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앝 May 08. 2018

세상에 안 귀여운 사람은 없다

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에 안 귀여운 사람이 없다.

최근 성격과 관련된 책을 여럿 읽었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해보고 싶었다.


혈액형, 별자리, 사주부터 MBTI까지.
오만가지의 지수함수로 다양한 사람들의 성격을 단 몇 가지로 분류한다는 데 콧방귀를 뀌던 나에게 너그러움이 왔다.
혈액형을 믿는 사람들이 귀여워졌다.

모지리인 나는 내 맘도 몰라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눈썹 한 올 만큼은 알려나.
책을 읽다 보니 “너의 마음을 A, B, AB, O 네 가지로 분류해서라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는 그 마음이 문득 예뻤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다른 사람의 행동이 귀여워졌다.
그 사람의 본심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생각과 달리 삐뚤빼뚤 표현하게 되는 속사정이 귀여웠다.

배려가 넘쳐 답답하고 속 터지는 소꿉친구.
조심스럽고 생각이 많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동료.
감정에 쉽게 동요되어서 오히려 누구의 감정도 돌보지 않게 된 동기녀석.
팀원들에게 부족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사나워진 팀장님.
세상을 좋게 바라보고 기대가 커서 오히려 쌈닭이 되어버린 지하철 행인.
표현에 서툴러 걱정도 버럭으로 대신하는 부모님.

나에게 서운했던 그 말에 상대방은 배려를 담았을 수 있다는 게,
한없이 마음 품이 넓어 보이는 누군가에게도 감추고 싶은 옹졸함과 열등감이 있다는 게,
저마다의 속내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노력들이 귀여웠다.

우리는 각자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본다.
하지만 내 안경만으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쓰고 있던 안경을 잠시 벗고 상대방의 안경으로 안경 너머를 볼 때 비로소 안경의 주인이 귀여워진다.

가만 보자.
이런 나도 귀엽다.



안경을 바꿔 쓰는 데 도움이 된 책들
•(소설)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성격의 탄생 - 대니얼 네틀
•성격이란 무엇인가 - 브라이언 리틀
•아들러의 인간이해 - 알프레드 아들러
•마이어스의 심리학 개론 - 데이비드 마이어스, 네이선 드월
•에니어그램의 지혜 - 돈 리처드 리소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 - 밀턴 에릭슨


* 일기(日气)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

* 김민기님의 그림은 http://instagram.com/kimminkiki/ 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