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몇 해 전부터 해오던 생각인데, 꼭 천국에 보내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24시간 줄을 선다는 삼성의 모 유명 곱창전골집엘 갔다. 저녁 시간이 지나 도착했는데도 유명세만큼 줄이 길다. 메뉴를 보니 구이 고깃집인데, 막상 식당 안은 온통 곱창전골 손님뿐이다.
‘얼마나 맛있나 보자.’
기다림이 길면 삐딱하고 못된 마음이 솟아난다.
자리에 앉아 곱창 한 점, 버섯 조금, 채소 조금, 육수 조금을 한 숟갈에 모두 얹어 앙! 물었는데.
맙소사.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은 천국에 가야 한다.
농담이 아니다.
지난 인생을 찬찬히 되돌아보자.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감을 줬던 순간이 얼마나 될까?
언뜻 4인 테이블이 100여 개, 맛집이니 5회전이라고 했을 때 빈 좌석을 고려해도 맛집 사장님은 하루 1천여 명에게 행복을 준다.
맛있는 요리 하나가 도달하는 범위가 이렇게나 넓다.
비슷한 논리로 예술 하는 사람도 천국에 가야 한다.
작가, 화가, 연예인 다 상관없다. 가진 재주가 잘생김 뿐이래도 좋다. 잘생김 하나로 만인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나. 나는 못한다.
음악, 미술, 문학 작품 하나가 가 닿는 거리는 국경도 넘는다. 차별도 없다.
누구에게나 각자 훌륭함의 기준이 있다. 부와 명예일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일 수도 있고, 지식과 명석함일 수도, 지혜와 겸허한 마음일 수도 있다.
모두 옳다.
그 기준이 무엇이건 간에 내가 빚는 일이 누구에게, 어디까지 닿을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모두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나 예술가가 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선거일이 다가온다.
* 일기(日气)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
* 김민기님의 그림은 http://instagram.com/kimminkiki/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