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무대 위에서 연습하는 배우는 없잖아요. 저는 배우처럼 일하고 싶어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날, 더 일찍 출근한 동료와 카페 산책 중이었다. 동료는 배우처럼 일하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인터넷에 기사 하나가 떴다. 티켓 파워가 보장된 뮤지컬 배우의 회당 몸값이 1,000만 원을 웃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모 배우는 3,000만 원이란다. 뮤지컬 한 회당 공연시간이 인터미션 포함 평균 3시간 정도이니 모 배우 시급은 1,000만 원이다. 친구들끼리 이걸 보고 와. 대박. 사기. 부럽. 등의 감탄사만 연발하다가 박탈감 든다며 일이나 하자고 대화를 접었었다.
동료 말을 듣자마자 그 날 친구들과의 수다가 생각났다. 그동안 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수련한 시간은 일 한 시간으로 쳐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정작 나는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마다 근무 시간 대부분을 연습에 쓴다. 시급이 1,000만 원이라는 모 배우는 커피 한 모금을 자연스럽게 마시는 연기를 완성하기까지 컵을 몇 번 들었다 놨을까.
“모두에게 오늘 할 일을 집에서 연습하고 오세요. 라고 강요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저는 그러고 싶어요. 그게 프로인 거 같아서.”
무대 위의 모습이 너무도 제 몸 같아서 연습 시간을 상상할 겨를조차 없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프로라고 부른다. 생각해보니 배우도, 운동선수도, 바둑기사도 프로 수식이 붙은 사람들은 다 그렇다. 무대에서는 공연만 한다.
직장인에게도 프로라는 수식을 붙일 수 있다면 프로 직장인이 되어 보는 것도 꽤 폼나겠다고 생각했다. 프로 개발자. 크. 간지난다. 어쩐지 몸값도 비쌀 것 같다.
말이 동료지 멘토처럼 따르던 분이었다.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출근해 사무실 불을 켜던 헿님이 이틀 후 만학행 비행기를 타신다.
프로 프로그래머가 되어줘요, 헿 프로.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헿 프로.
* 일기(日气)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
* 김민기님의 그림은 http://instagram.com/kimminkiki/ 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