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앝 Aug 04. 2018

성북동에 길상사라는 절이 있다

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성북동에 길상사라는 절이 있다.

마음이 답답할 때 가끔 찾는다.

그날은 뭔가에 속이 상해 연차까지 쓰고 길상사 산책을 하고 있었다.


“사진 찍으면 시주하셔야 합니다.”

주지 스님이었다.

“바쁘지 않으면 차 한잔하실래요? 얼마 전에 손님이 선물해준 차가 있는데 맛이 좋습니다.”

말씀이나 듣자 싶어 스님을 따라갔다.

절에 오는 사람들 이야기, 길상사 안에 있는 탑은 종교화합의 의미로 인근 성당에서 주었다는 이야기 등을 듣던 중 스님이 물으셨다.

“그래, 요즘 편안하세요?”

옳다구나, 그 무렵 가지고 있던 고민을 스님께 털어놓았다.

당시 나는 무엇 때문인지 스트레스가 많았던 모양인데 스님 말씀하시길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셨다.

하.. 역시 훌륭한 분들 말은 나 같은 평범이와 멀고 멀다.

“친구한테 크게 삐쳤을 때 사과한다고 단박에 받아지던가요?”

맞다. 친구의 사과를 바로 받지 못하는 날이 있다.

때로는 호의도 거절할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준다고 다 받을 필요는 없다는 거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줌과 동시에 그 스트레스는 상대방 손을 떠난다. 허공에 뜬 스트레스를 받을지 말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거였다.

곰곰.

곰곰.

곰곰.

그게 맘대로 되나 싶지만 안될 것도 없다.

누군가 뱉은 말 한마디가 나비효과가 되어 나쁜 결말을 냈을지언정 그 말을 가슴에 새길지 버릴지는 받아들이는 나의 몫이다.
 

위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부담이 되어 불편할 때가 있고, 악담이 도리어 나를 성장시키기도 하지 않는가.

스스로 단단해야 누가 흔들어도 곧게 서 있을 수 있다. 그래야 타인도 좋은 사람으로 남길 수 있다.

그날 무엇 때문에 속이 상해 절에 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돌 맞은 사람도 맞은 돌이 뭐였는지 잊고 산다.

나에게 모래알을 던지고 돌아서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쓰였던 모든 '너'들아.

괜찮다.





* 일기(日气)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

* 김민기님의 그림은  http://instagram.com/kimminkiki/ 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물을 키우는 데도 나이 제한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