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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앝 Sep 16. 2018

분홍색보다 하늘색 원피스

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딸은 분홍색보다 하늘색 원피스를 좋아한다.
양 옆으로 땋거나 망을 해주면 거울 앞으로 가 제 모습을 요리조리 살핀다. 가끔 다시 묶어달라고 돌아온다.
책가방은 챙겨줘 봤자 뒤엎고 다시 정리할 거다. 나름 저만의 규칙이 있는듯하다.
밥 먹는 속도가 느려 간혹 1시간씩 걸릴 때도 있다. 기다리다 지쳐 설거지라도 미리 하려고 일어나려면 다시 앉으라고 식탁을 탁탁 친다. 하나만 낳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끝까지 꼭꼭 씹어먹는 모양이 기특하다.

아침마다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고 엄마가 묶어준 양 갈래 방울 머리로 학교에 갔다면, 나는 요즘 엄빠 꾸미기에 여념이 없다.

아빠는 당신 생에 처음 파마를 했다. 줄어드는 모량이 신경 쓰여 손바닥으로 앞머리를 비벼 부풀리기에 아빠 그렇게 한다고 머리칼이 채워지진 않는다고 한 2년 설득했다. 뽀글뽀글 많아진 머리숱이 맘에 드는지 손거울을 달고 지내는 게 칠순 가까운 노인도 귀여울 수 있다.

엄마는 피부관리에 여념이 없다. 생각날 때마다 옆에 앉히고 촉촉함을 얹어줬더니 효과가 있었나 보다. 근래엔 혼자서도 열심이다. 레이저 도움을 받으면 더 효과 만빵일 것 같다셔서 그러자고 했다. 아빠 앞으로 가, 요즘 좀 달라진 게 없냐며 정답을 요구한다. 중년 여성에게도 예쁨이 있다.

부부는 맛집에 관심이 커졌다. 노부부 단둘이라면 가지 않을 곳을 골라 귀찮아하는 손을 억지로 몇 번 이끌었더니, 요즘은 서로 여기 가보자 저기 가보자 하신다. 입을 앙 벌리고 꿀떡꿀떡 삼키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이 재미였을까.
옷이며, 머리며, 화장법이며, 먹는 것 까지 내 손과 입김이 닿는 곳마다 세월의 흔적을 벗고 반짝반짝 해지니 이런 맛이 따로 없다.

자식 키우는 재미가 사라지니 일상이 무료하다 하셨다. 다른 재미도 있다고 잘난 체 하려다 애틋한 마음만 알아버렸다.
칫.





* 일기(日)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
* 김민기님의 그림은  http://instagram.com/kimminkiki/ 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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