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앝 Nov 10. 2018

모니터만 보고 손도 안 잡아주잖아

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아니 글쎄, 모니터만 보고 손도 안 잡아주잖아.”
“아이고 참나. 의사가 손을 왜 잡아줘ㅋㅋㅋㅋ 손잡으면 감기가 나아?ㅋㅋㅋㅋ 내가 잡아줄게.”

 몇 해 전, 병원에 다녀온 엄마가 잔뜩 심통이 났다. 현관문을 열면서부터 투덜투덜이었다. 신발을 벗고 목도리를 풀고 외투를 벗으면서도 내내 구시렁구시렁. 무심한 진료 태도에 마음이 단단히 상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않는 감기에 조바심이나 병원을 바꿔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눈도 안 맞추고 모니터만 보면서 ‘네네, 그럴 수 있습니다~’ 하고 약만 처방해줬다는 거다. 그날 엄마는 약은 이미 집에도 많다며 처방전을 그대로 가져왔었다.

“에이, 안 나을 것 같아. 약만 잔뜩 줬어.”
“뭐라는데?”
“몰라 그냥 담이 온 거래.”

 며칠 전, 약속장소에 갔더니 친구 녀석이 눈을 위로 치켜뜨고 자꾸 노려보길래 왜 째려보냐고 물었다. 잠을 잘못 잤는지 담이 와서 머리를 들 수 없단다. 보통 담이 아니다 싶어 정형외과에 갔는데 3일 지나면 괜찮다고 ‘진득하니 참고 기다리기’라는 처방을 받아왔다. 근데 그냥 가면 서운할 수 있으니 근육이 뭉쳤을 때 바르면 좋은 연고, 근육이 뭉쳤을 때 붙이면 좋은 파스, 근육이 뭉쳤을 때 먹으면 좋은 약을 한 보따리 싸 왔다.

“아픈 사람이 약자라고 이거 다 해서 5만 3천 원. 의사 얼굴 3분 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대로 덤터기 썼네. 삼 일 지나면 괜찮다니까 기다려보자.”

 3일 후 만난 친구는 여전히 날 치켜뜨고 봤다. 약속 시각이 되어서 오긴 왔는데 여전히 아프다고 했다.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나 길에 서서 잠시 회의를 했다. 병원을 바꿔 가보자. 급히 찾은 근처 한의원 진료실에 친구를 보내고 한 시간 반 만에 다시 만났다. 치켜뜬 눈이 그대로였다.

“뭐야. 표정이 좋네?”
“선생님이 손잡아줬어.”
“…”

 의사 선생님이 손도 잡아주고, 여기가 아프냐고 목도 만져주고, 이쪽은 괜찮냐고 등도 두드려줬다고 했다. 침 놓는 내내 옆에서 기다려줬단다. 적외선이 환부에 잘 닿는지 계속 물어봐줬단다. 신기하게도 다음날 친구는 공갈처럼 고개를 들었다.

 아프면 서럽다. 서러움을 만져주면 병이 낫는다.
일어나 걸으라. 했더니 걸었더라. 라는 성경이야기는 진짜려나?
예수님은 다리를 만져 줬으려나?





* 일기(日气)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
* 김민기님의 그림은 http://instagram.com/kimminkiki/ 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털복숭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