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해보자.
"넌 참 소심(小心)한 것 같아."
아니다. 하지 말자. 괜히 의만 상한다. '소심하다' 는 어쩐지 대범하지 못하고 속 좁아 보이니까.
그래도 난 소심하고 우울한 친구들이 좋다. 쉽게 상처받고 번번이 망설이는 소심이들을 보면 마음에 군고구마가 피어난다. 답답한데 따뜻해.
소심이들은 자주 자기 마음을 확인한다. 그래야 더 많이 상처받고 더 많이 주저할 수 있다. 방금 들은 말이 나를 민망하게 했는지, 속상하게 했는지, 기쁘게 했는지, 용기를 줬는지 마음의 신호를 계속해서 체크 한다.
주춤할 때가 많아 유약해 보이는 소심이들은 오히려 자주 감동하고, 마음의 고달픔을 현명하게 이겨내는 내공자다. 혼잣말이 많은 덕이다.
자기 마음을 잘 돌보는 사람은 다른 이의 마음도 소중히 여기는 구석이 있다. 말 한마디에도 단어를 세심히 고른다. 옆 사람의 미묘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일까. 난 마음이 지칠 때 대범하고 호탕한 친구보다 주로 소심하고 우울한 친구를 찾았다. 무심해서 모르고 지내던 내 감정을 소심이들은 잘도 찾아내서 물어봐 줬다. 질문을 따라 같이 소심하고 나면 개운해졌다.
중국어 배울 때였다.
"조심해! 는 뭐라고 해요?"
"샤오-신(xiǎo xīn)! 이라고 해요."
샤오(小) 신(心). 소심(小心).
속이 좁은 게 아니라 조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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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日气)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