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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앝 Feb 24. 2019

나는 따봉충이다

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나는 따봉충이다. 온갖 게시물에 좋아한다 고백하고 하트를 발사하며 인터넷 세계를 부유한다. 여력이 된다면 댓글로 구체적인 따봉 사유도 밝히고자 한다. 모르는 사람의 콘텐츠도 상관없다. 게시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면 따봉, 동영상을 끝까지 재생했다면 하트, 조금이라도 미소가 이는 사진이라면 좋아요. 물론 모든 게 좋지만은 않다. 불쾌했던 콘텐츠엔 싫어요를 날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랜선 유령이었다. 내가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게 싫었다. 덕분에 SNS는 언제나 비공개였다. 음흉한 구석이 있어서 내 건 보여주기 싫대 놓고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궁금하다. 살금살금 찾아가 흔적도 없이 친구들의 일상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속으로 부러워도 하고, 응원도 하고, 위로도 하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역동적이었다.

 내가 사는 모습 일부는 친구들의 사업 계획과 함께 공개됐다. 반려견을 그려주는 프로젝트 중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 친구, 스타트업을 차렸는데 아직 직원은 본인 한 명뿐이라는 호기로운 입사 동기. 부자여서 그림을 비싼 값에 사줄 수도, 사업에 투자해줄 수도 없어 친구들이 올리는 콘텐츠에 연신 따봉을 눌러댔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리액션은 친구가 던져주는 링크를 공유하는 정도. 그 무렵 내 SNS는 직접 광고와 간접 광고의 장이었다.

 요즘 나는 SNS에 일기를 쓴다. 의외의 일기에 예상하지 못한 인물들이 뜻밖의 반응과 따봉을 주고 간다.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좋아요와 댓글로 느낀다. 반면에 많은 사람이 나 같은 실수와 고민을 안고 살고 있음을 발견한다. 자명한 이치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삼 깨닫는 걸 보니 몰랐나 보다. 무엇보다 모든 인간은 관종이므로 친구들의 관심과 인정에 즐겁다.

 학부 시절부터 가끔 쉬던 카페를 찾았다. 같은 자리에 다른 사장님의 빵집이 들어섰다. 불과 몇 달 만이다. 그 흔한 후기 하나, 찻잔 사진 한 장 올리지 않아서였을까. 계산대 앞에서 이 공간을 좋아한다는 고백 한번 없어서였을까. 낯선 빵집 앞에 우두커니 서서 여러분의 좋아요와 댓글이 없었다면 6년이 넘도록 방송하지 못했을 거라던 빨간책방 이동진 아저씨의 말을 되새긴다.


 좋아한다는 표현에 인색하지 말아야지. 그것이 랜선을 타든, 공기를 타든 간에.




* 일기(日气)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
* 김민기 님의 그림은  http://instagram.com/kimminkiki/​ 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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