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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앝 Mar 31. 2019

이모티콘을 샀다

글: 김선미, 그림: 김민기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샀다. 이 이모티콘은 앞으로 나의 삶의 질을 3.6% 높여줄 예정이다. 계산은 이렇다. 아이폰에 스크린 타임이라는 기능이 있다. 사용자가 어떤 앱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측정해준다. 스크린 타임이 말해주길 나는 일주일에 약 5시간 카톡 한단다. 새로 산 이모티콘은 단톡 방에 특화되어 있는데 내가 1:1로 카톡 하는 건 헿요일기 그림 작가님이 거의 전부다. 그림 작가님과는 일주일에 1시간 정도 카톡 한다. 오호라. 나는 일주일에 4시간을 단톡 하는구나.

 하루 평균 8시간 자니까 깨어있는 건 112시간(= 16시간 x 7일). 4÷112 x 100(%)를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3.6%! 단돈 2,500원으로 깨어있는 시간 중 3.6%의 행복을 샀다. 세상에. 이건 너무 합리적인 소비야.

 이모티콘의 주요 기능을 공개하겠다. 다들 잘 지내시죠?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언제가 좋을까요? 투표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어디서 볼까요? 오호~ 흥미로운데요? 감사합니다~ 다른 의견 있으신가요? 네! 그걸로 하겠습니다. 주목해! 주세요! 오늘입니다! 확인해! 주세요! 잘들 들어가셨나요? 수고하셨습니다~ 정산내역을 공개합니다! 입금해! 주세요!


 그리고 한 달 뒤. 다들 잘 지내시죠? 공지사항이 있...

 도대체 나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모든 단톡 방에는 칭얼이가 산다. 당장 아무 단톡 방에나 들어가 스크롤을 쭉쭉 당겨보자. 바빠 죽겠는데 자꾸 투표해달라, 의견을 달라, 이미 투표한 사항에 그래서 오늘 진짜 오는지 또 투표해달라고 귀찮게 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보통은 매번 같은 사람이다. 잊을만하면 수줍게 다시 등장한다. 돈을 달라고. 공과금도 아닌데 내 즐겨찾기 계좌에 등록된 너.

 칭얼이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 만나고 싶대서 판을 깔았는데 왜 아무도 반응이 없지? 그냥 던진 말인데 내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건가? 맨날 투표해달라고 조르는 것도 사실 귀찮아. 꼭 나만 보고 싶어 하는 거 같잖아. 투표 안 해주는 너는 미워. 헐. 이깟 거에 사람이 미워지다니. 나는 역시 그릇이 작은 건가? 다들 온대서 넉넉히 예약했는데 아무도 안 오면 어쩌지? 신용카드 결제일이 다가오는데 어서 입금해줬으면.

 그러던 중 신개념 이모티콘을 추천받았다. 이모티콘으로 나올 정도면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라 이모티콘의 존재만으로 위로다. 이제 매번 똑같은 말을 공들여 치지 않아도 돼. 게다가 귀엽기까지 하잖아! 투표도 더 잘 참여해주겠지? 기대감이 공갈빵만큼 부풀었다. 자 이제 이름을 공개하겠다. 삶의 질 까지나 높여줄 이모티콘의 이름은 바로 <단톡방 명MC>!(광고 아님)(이모티콘 제작자와 아무 관계도 없음)(제작자님 이거 보시거든 연락 좀) 단톡방의 불청객 같던 칭얼이 김선미를 MC로 승격시켜준 너. 그냥 MC도 아니고 명MC. 그래 난 MC야! MC가 없으면 그 모임은 파투 나기 십상이라고!

 세상 모든 단톡방 MC를 대신하여 말해본다. 패널 여러분들. 오늘도 단톡방에서 MC들이 여러분을 귀찮게 하거나 같은 투표를 두 번 시키는 미숙한 진행을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게 다 우리가 아웅다웅 얼굴 보며 오래도록 만나길 바라며 총대를 멘 것이니 부디 예쁘게 봐주세요.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주목해주세요! 투표해주세요! 확인해주세요! 의견 주세요! 입금해주세요!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주목해주세요!
 2주 뒤, <헿요일의 일기>가 1주년을 맞아 재정비 기간을 가집니다. 시즌1을 마무리하며 인터뷰 형식의 특별 편을 준비하고 있어요. 1년 동안 하고 싶은 말을 실컷 쓰다 보니 읽어주시는 분들 생각과 목소리도 궁금하더라고요. 해서 독자님들이 <헿요일의 일기>를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이나 작가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아보려 합니다.

 질문은 일기가 올라오는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댓글 또는 메일(seeart.sun@gmail.com)에서 기다릴게요.
예)
헿요일 캐릭터는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작가들은 어떤 관계인가요? 가족인가요?

독자님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1년이나 일기를 쓰지는 못했을 거예요.
마지막 기를 모아 한번 더 관심을 주세요! 의견주세요! 입금해주세요(?)





* 일기(日气)는 매주 한편씩 헿요일에 올라옵니다.

* 김민기 님의 그림은  http://instagram.com/kimminkiki/ 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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