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라는 달콤한 경험에 속아
지금도 그걸 떠올리면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일주일도 안 된 따끈따끈한 나의 이야기, 사기당할 뻔했다. 지난 주말에 뽀니 언니와 호캉스를 즐기고 왔다. 호텔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온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뿐했는데 인스타그램에 호텔 체험단 광고가 계속해서 뜨는 것이었다.
호텔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인스타그램이 어떻게 알고 있었던 것인지? 마음이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큰돈 들이지 않고 호텔을 체험하고 리뷰를 남기면 나도 서울 여러 곳에서 쉽게 힐링할 수 있겠다는 청사진이 휙휙 그려졌다. 그리고 동시에, 연말 성수기에 예약이 몰릴 텐데 주말이나 공휴일은 어렵지 않을까? 누구와 같이 갈까? 이번에는 정말 혼자서 다녀올까? 엄마를 모시고가? 에이, 그건 아니지. 혼자 별의별 상상을 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이름과 연락처를 그 이벤트 광고에 순순히 입력했다.
월요일이 되자 010으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대수롭지 않게 받았는데, 호텔 체험단 당첨을 축하한다는 안내와 함께 체험단 리뷰 작성을 안내하는 듯이 추가 설명은 카카오톡을 추가해 주시면 그 담당자가 안내해 줄 거다. 순순히 그 말을 따랐고 얼굴이 노출되어 있는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신청한 호텔 위치와 정보를 더블체크하고, 이벤트 참여 가능 의사를 한번 더 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벤트를 인스타그램 광고로 대량 배포했으니 당첨자들도 꽤 많을 것 같다 예상했을 뿐 알려주는 대로 따라 했다.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하고 다시 연락을 주면, 추후 방법을 알려 주겠다. 그때 딱 한 가지 잘했다 싶은 것은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내 집주소를 알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 아파트 몇 동 까지만 적은 것이었다. 구체적인 호 수는 적지 않았다. 그러고도 이미 실명, 연락처, 집주소까지 자발적으로 그 사기 업체에 제출한 셈이다.
체험단의 형태는 조금 의아했지만 그대로 따라 했다. 여행 상품 사이트에 선후 기를 댓글로 남기면, 그 리뷰를 보고 예약 처리해 주겠다. 리뷰 관리와 검색어 상위 노출 관리를 하는 디지털 마케팅의 그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의심도 별로 안 했다. 그래서 평소 블로그 하는 대로 요청한 필수 키워드도 담고 남들과 다르게 써서 제출했더니 바로 원고 비 작성의 보상으로 작은 포인트가 들어왔다. 호텔 숙박권을 받을 수 있다는 데 고작 쥐꼬리만 한 원고비가 대수인가 싶어서 넘겼다. 의심을 했어도 모자랄 판에, 친구와 마침 크리스마스에 할 게 없으니 12월 연말에 ㅇㅇ호텔에서 파티나 하자는 약속을 잡았다.
그러더니 담당자로부터 칭찬이 돌아왔다. 후기를 너무 잘 남겼는데 혹시 바이럴 파트너스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너~무 솔깃했다. 안 그래도 이것저것 소일거리를 찾던 와중에,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본인이 잘 챙겨주겠다는? 일이 이렇게도 연결되는 건가? 하면서 반가운 마음에 덜컥 좋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와 계약서를 쓰는 것인지? 어떤 회사인지 알고 싶다고 당연한 정보를 물었는데, 답변은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일을 한다는 것은 금전적 거래를 한다는 것인데, 그 회사가 어느 곳인지 알아야 당연한 것이지 않나? 답이 없어서 ‘당장병’ 말기 수준인 나는 노트북을 켰고 바이럴 파트너스라는 호텔 체험단에 대해 녹색 창에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키워드가 안 나오는 듯 나왔는데 포스팅 내용은 모두 ‘사기’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하나하나씩 열어봤다. 어쩜 나와 나눴던 대화가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나? 칭찬하는 멘트부터 호텔 체험단을 안내하는 문구까지 모두 복사 붙여 넣기 수준이었다. 사람은 칭찬에 엄청 약하다더니 나는 진짜로 타인의 칭찬에서 매우 취약했던 것이다. 허허실실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회사 소개서를 요구하는 카톡에 담당자가 답장이 없는 것부터 홈페이지의 사업자 등록 번호를 조회해 봤고 사업 주소지를 봤더니, 업체 이름도 달랐다. 얼마 전 망한 것 같은 여행사의 터를 본뜬 유령회사 느낌이 역력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 정보를 급하게 수정했다. 이메일 주소와 집주소까지 빠르게 저장했고, 남겼던 선 후기까지 삭제했다. 1:1 고객센터에 탈퇴 문의를 남기자마자 1분 만에 탈퇴가 됐다. 이상한 홈페이지는 보면 볼수록 엉성한 정보의 조합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일반 여행사의 정보를 긁어왔을 뿐 가격 정보나 신뢰 가는 내용도 없고 홈페이지의 모양새를 갖춘 정보에 불과했다. 아 정말 제대로 걸릴 뻔했구나. 탈퇴 조치가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1분도 안 돼서 나에게 칭찬 일색이던 담당자의 카카오톡이 (알 수 없음)으로 떴고 사진이 지워졌다. 사기라는 의심이 사기로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
선후 기를 남기면 호텔 숙박권을 준다. 그리고 이건 호텔 숙박 체험권을 미끼로 바이럴 파트너스로 유인하려는 전략이었다. 다른 제품들을 미리 선구매하고 리뷰를 남긴 뒤, 판매되는 만큼 보상을 해준 다나? 선구매로 투자조차 하기 싫었던 내 마음이 협업 의지를 굳게 닫은 순간이었는데, 그 문이 활짝 열렸다면 정말로 지갑이 털릴 뻔했다. 요즘 쿠팡 파트너스, 브랜드 커넥터스, 인스타그램 공동구매 같은 것들 것 난무하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이 훌러덩 뒤집기 충분한 멘트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극찬을 받는다면 의심하는 안경을 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