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가을이었다.
음악을 빠삭하게 알 정도로 취향이 확고하지 못한 편이다. 지니를 듣는 편인데 오늘의 선곡이나 추천곡을 위주로 분위기에 맞춰서 틀어두는 편이다. 멜로디가 익숙하면 최신 노래인 것을 알 수 있고 멜로디가 좋으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좋아요를 눌러둔다. 언제든 또 마주칠 수 있게. 그러다 좋아하는 노래를 발견하면 그 뒤로 순간 덕질을 시작하는데 당장병 말기인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아티스트의 앨범 전곡을 재생한다. 마음에 들면 한 번 더, 또 한 번 더 듣는다. 그러다가 반복이 거슬리는 시기가 되면 다시 멀어지는 패턴이 있다. 음악에 대한 깊이는 딱 이 정도로 늘 유지된다.
음악은 늘 귓가에 스칠 만큼만 듣는 정도. 취향은 오늘의 선곡, 주말 아침은 재즈로 시작. 특별히 가사가 귀에 들어오거나 가사를 제대로 듣지는 못한다. 음악은 그저 분위기로만 활용한다.
그러나, 이 패턴에도 예외가 있다. 유독 가을만 되면 신기하게 다시 사랑에 빠져버리는 가수가 있다. 바로 Benny Sings다. 그는 이맘때쯤 반드시 내 앞에 나타난다. 정말로 신기하리만치 매년 그렇다.
그와의 인연은 별났다. 어쩔 수 없이 10년 전쯤 만나던 남자친구 존재를 꺼내야 하는데 사업하는 그 사람의 모임에는 친한 형님들이 많았다. 굵고 진한 턱수염을 가진 형, 경상도 사투리가 심한 형, 연예인과 만나는 형, 캠핑을 좋아하는 형, 원래 집이 부자인 형 등등. 소개를 받은 형님들과 형의 여자친구 사이에 나도 끼어 있었다.
그 모임에 처음 간 사람인 나는 쭈뼛거리면서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는데 O 수 형님이 뜬금없이 Benny Sings을 검색해 보라고 이 노래 들어보라고 추천했다. 대화는 이상하고 쓸데없는 주제로 흘러갔고 가수는 검색창에 남았다. 그러고는 집에 가는 길에 들어봤는데 내 마음에 쏙 들었었다.
1999년에 데뷔한 네덜란드 가수라니, 진짜 생소했다. 비욘세, 아리아나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 유명한 노래도 잘 안 듣는 내가 네덜란드 재즈팝이라니 정말 엉뚱한 계기로 푹 빠져버렸다. 너무 좋아서 앨범을 다 듣고 또 듣고 심하게 가을 분위기에 취해서 감성 폭발한 적 있는데, 한 달 정도 빠져들었다가 나왔다. 그 뒤로 쌀쌀한 가을만 되면 카페에서 흘러나온다. 매년 Benny Sings가 나의 가을만 되면 나타난다.
그의 노래는 경쾌하면서도 쓸쓸함이 있다. All we do for love 사랑을 외치지만 보컬의 목소리는 왠지 외로움이 한 스푼이 담겨있는 그런 매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불고 코가 시릴 때 찰떡 같이 어울리는 노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전에도, 쌀쌀한 바람이 불고 초겨울 입구에 들어설 때쯤 꼭 내 앞에 나타나는 그의 노래. 바로 오늘도 나온다. 처음 들어온 카페에서 그의 노래가 나오면 반가운 마음에 어깨가 들썩들썩 올라가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거짓말을 못하는 내 기억력. 아! 이 노래 이거야!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갑자기 의식하게 된 배경음악이 내가 사랑하는 음악일 확률은?! 반가운 리듬에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다.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 이 순간, 그의 음악이 흘러나와 반가운 마음에 적어보는 글. 더 기쁜 일은 사장님이 한 곡만 틀어둔 게 아니라 Benny Sings의 앨범 전곡을 플레이리스트로 넣어두신 이 센스!!! 사장님 정말 최고!!!
이 행복하고 반가운 마음에 이 글을 다 적을 때까지 그의 노래가 끝나지 않고 있다. 늦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