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지만 설렌다는 솔직한 마음이 튀어나왔다

노마드로 사는 킴제이님과의 대화

by 시드업리프터

한창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나를 대신해 열일 중이다. 프리랜서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진 뒤로, 인스타그램이 프리랜서를 위한 코워킹스페이스부터 워케이션, 북클럽, 수익화까지 광고로 추천해 준 덕분에 부지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 회사 밖 비즈니스, 시선의 확장까지 9to6 틀에서 벗어난 세상은 역시나 다양하고 또 다채롭다. 그래서 ‘지금’을 살고 ‘만족도’가 높은 하루하루다.


오늘도 역시 인스타그램이 알려준 노마드랑의 100번째 행사에 갔다. 100번째 모임이 만들어지는 동안 까마득하게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데스커라운지도 말만 들어봤지 이번 기회에 처음 갔는데, 역시나 처음 온 사람답게 호기심에 가득 차서 둘러보니 스태프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이곳이 프리랜서의 베이스캠프구나.

첫 번째 이야기는 노마드쏘님이었다. 부모님의 대안학교 제안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상태에서 프리랜서를 선택했고, 그 일상을 만족스럽게 항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래 단가 6만 원에서 49만 원까지 끌어올리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성장이 있었겠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원하는 것을 잘 실행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비결은 명상과 확언에 있었다. 역시 내면이 강한 사람들이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잘 지내는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25살 한창 진로 고민을 할 무렵에 초6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대화한 적 있었다. 나더러 대안학교를 갔다면 정말 잘 맞았을 거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이해가 됐다. 현실은 보통 동네에 있는 학교로 배치받아, 집에서 걸어 다니면서 그럭저럭 사고 한번 안치고 다녔다. 그래도 그때는 되게 무료하고 재미없었는데도 별 탈 없이 다녔던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는 킴제이 님이었다. 인스타그램으로 이미 팔로우하고 있어서 어떤 일상을 보내시는지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가까이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더 구체적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아마도 비슷한 성향이 아닐까 짐작해 보며 내가 사용하는 단어나 사고의 흐름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편안하게 그 흐름에 따라가며 듣게 됐다.

귀가 쫑긋 세워지는 때가 몇 번 있었는데 “실패도 모아서 강의도 하고” 올해 내가 실패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것들도 쓰레기 통에 버려질 경험이 아니라 강의에 쓸만한 Seed라고 생각하니까 긍정적인 마음으로 얼른 주워 담아야겠더라. 이미 회고를 해둔 상태라 필요한 주제에 맞게 정리만 하면 되겠다. 생각의 전환됐다.

“일로 나를 증명하려고 했던 나”에 대한 말이 쿡 찔렸다. 무조건 일을 벌이고, 일을 제대로 하는 나, 일을 못하면 속상한 나, 자꾸 일 앞에서 진지해지려는 내가 그랬다. 이즈미야 간지 일본 작가의 <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는 말을 몇 년이고 이해할 수 없어 되뇌던 게 떠올랐다. 일은 내가 아닌데, 너무 동일시했단 말이지. 어서 분리하자.


킴제이 님이 말하길, 원하는 시간을 살고 행복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불안해지지 않도록 기록하고, 경험을 표현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프리랜서 강의를 듣다 보면 사람들이 불안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회사 월급이 가져다주는 안정감 때문에 나더러 불안할 거라 말한다. 특히 대출이 불리할 거라서 참고 회사를 다녀야 한다고 충고한다. 회사에도 불안한 사람들 투성이인데 하루 월급날 마음이 좋은 것뿐인데, 프리랜서들은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불안을 이기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는지 솔직하게 공유하고, 다 같이 이겨내려고 불안에 직면하려고 맞선다. 회사는 참고 감추다가 사직서나 휴직이라는 총알을 발사하고 마는 데 말이다.


안 그래도 프리랜서라고 하면 불안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는다.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변수의 존재를 늘 부정적으로만 보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킴제이 님을 불안에 직면하고 잘 이겨내는 방법을 싱잉볼과 명상으로 직접 시연해 주셔서 구체적으로 도움이 됐다. 솔직하고 구체적인 시간이 됐다.


잠깐이지만, 끝나자마자 킴제이 님을 찾아갔다. 나는 9.9년 회사 생활을 했고 이제 막 프리랜서를 시작하려고 세팅 중이라고. 그런데 막연한 불안감이 있고 주변에서 지지받지 못해 겁을 먹고 있다고. 거의 쭈뼛에 가까운 상태인 나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막연한 불안감은 당연한 것이고, 이게 어떤 종류의 불안감인지 구체적으로 기록해 보면서 스스로 정리해 보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미 일기와 기록을 매일 같이 하는 나면서, 불안감 이놈을 꽉 잡아두고 실체가 뭔지 일기를 쓰며 뜯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피드백을 잘 받은 것 같다. 내일은 모처럼 휴일이니 불안감과 1:1 맞다이로 한번 직면해보려고 한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진심이 나왔다.

“불안하긴 하지만, 설레기도 해요. 요즘 프리랜서 준비하면서 매일이 만족스러워요.”


아무에게도 꺼내지 못한 진심이었다. 주변에서는 걱정만 하니까. 얼마 전 큰 이별을 겪기도 하고, 올해 자꾸 안 되는 일이 많아서 실패한 2025년이 될 뻔했는데 정확히 11월부터 반전이 진행 중이다. 엄마는 갑자기 얼굴이 폈다고 하고 피부가 믿을 수 없이 좋아지고 있으며, 잠을 잘 자고 운동이 너무 잘되고 있다. 식욕은 언제나 변함없지만. 그러니까 지금의 생활에 스스로가 마음에 드나 보다. 몸은 정확하니까.


어쩌면 내가 원하던 꿈을, 겁이 많아서 10년 간 돌아온 게 아닐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신기하게도 두 노마드 선배님들의 mbti는 나랑 같은 ENFP였다. 자기 확신이 있고 주체적인 데다가 ‘지금, 여기’의 마인드셋이 강하게 탑재돼있던데 나도 조만간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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