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많다는 건 불행할 수도 있다.

by 하르엔

현재시대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보다 정보를 머릿속에 쑤시는 느낌이 들게 한다. 불과 1, 2년 전 모든 것을 할 수 있겠다는 패기는 세월의 바람과 불화살처럼 내리쬐는 햇빛에 사그라들었다. 다시 발화가 시작될 시점에 또 한 번 흔들림으로 일렁거렸다.


영민함을 갑옷으로 두르고 날 쌘 통찰력을 창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시대를 뚫어지게 봤어야 할 창의 방향이 잘못 잡혔다. 불행 중 다행일까? 모진 풍파와 상처를 주는 시련을 막아내라고 방패와 같은 책들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좌절할 때마다 몇 번이고 위로해 주고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살아가야 하는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다. 자유롭고 부족하지 않은 2년의 시간은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 비용이 미래에서 당겨왔기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 한다.


2년 동안 깨닫게 된 건 여러 가지 문(선택)에 둘러싸인 세계에 살고 있다. 문을 열면 선택에 대한 시련과 고통이 있고, 그 너머엔 즐거움과 성취가 같이 존재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이 문도, 저 문도, 저 너머에 있는 문도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과 집중은 단일이 아닌 많은 선택의 집중으로 나타난다. 많은 정보들의 선택으로 자유를 느끼는 게 아니라 속박에 가깝게 느낀다.


선택은 지날 때마다 문이 되기도 하지만 후회하며 뒤돌아볼 땐 칼날이 되기도 한다. 옆을 지나간 바람에도 살이 베여 피가 흐르는 기분이다. 어찌할꼬, 이미 지난날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고 오늘을 버려서 내일을 망가뜨릴 수 없는 법. 교훈으로 삼아 조금씩 정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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