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동네 함박눈이 내렸다. 늦은 밤 10시경 작은 눈송이들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어둠이 퍼져있고 길 위의 가로등만이 군데군데 밝혀준 도로와 직장 근처는 순식간에 하얀 세상으로 변했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를 보는 듯했고, 순백의 눈이 내린 세상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숨이 나왔다. '언제 치우냐...'
상대적이다라는 말이 여기에 딱 맞지 않을까? 근무가 아니면 집에서 창밖을 보면서 내리는 눈을 보는 건 낭만이다. 반대의 상황 즉 밖에서 눈삽을 들고 눈을 치우는 건 눈물이 난다. 직업 특성상 운전을 하는 날도 있기에 눈 오는 날을 더욱더 힘들어한다.
눈발이 거세질수록 하늘은 서럽게 울면서 새하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같이 운다. 눈은 치워도 치워도 뒤돌면 그대로... 군대에 다시 온 기분이 들었으며, 하늘도 울고 그 눈을 치우는 나도 또 울고, 다시 뒤돌면 제자리걸음. 마치 타협할 수 없는 총성 없는 전쟁이었다.눈은 그새 더욱 쌓여서 발목까지 쌓여서 혼자 눈삽으로 아무리 치워도 힘들게 됐다. 여러 사람이 일렬로 10명이 서서 제설차량처럼 한 번에 우리 건물 앞의 눈을 치워버렸다.
혼자서는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누군가는 사람들을 모은다. 그 사람은 팀원을 모았고, 10명이 모여 팀을 이루고 같은 방향을 향해 헤쳐나가며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모이지 않은 개인들은 모두가 가는 길과 다르게 아직 아무도 건들지 않았던 길을 치우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어쩌면 새 하연 눈을 치우는 것처럼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나가는 게 아닐까 한다. 정해진 것도 없으며 우리의 의미를 우리가 정해서 천천히 나가는 거다.
때로는 눈밭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길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리더처럼.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으며 혼자 힘으로 이 험난한 환경을 살아갈 수 없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 헤쳐나가는 팀원으로. 이미 지나온 다른 사람들의 길 뒤에서 자신만의 길을 보완해 새롭게 나아가는 사람들처럼.
눈발은 약해져 앞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고, 험난했던 세상의 풍파의 고통은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눈길 위의 첫발 디딤은 시작을 알리는 인생 걸음의 점이면서 앞으로 나아갈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멈추고 싶을 때는 멈추되 나아갈 땐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