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수호자들 [이모저모]

애증의 캐릭터들

by 하르엔


이모저모



언제부터였을까? 남들이 성공했다고, 취업했다고 얘기하면 내심 부러우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가진 게 부족하고 능력이 없어서 격차를 따라가기 위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부자연스러운 복장을 입은 육체는 독서실에 자리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정신은 시공간을 초월해 집에서 나오질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초심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익숙함은 핑계를 만들어내고 목표에서 멀어지게 하며 변명하는 모습만 남았더군요. 남이 이룬 성과를 좇기 위해 들어왔지만 그 길이 너무도 험난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프기에 모른 척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수문장 vs 이리저리


수호자들이란 캐릭터도 사실하기 싫은 본능을 누르기 위한 이성의 설정이었습니다. 악당들과도 종이 한 장 차이죠. 종이로 가려진 1평 남짓한 책상이란 세계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합니다. 모든 악당들은 주문합니다. 하지 말자고 말이죠. 수호자들은 어떻게든 막으려는 상황입니다. 자리를 뜨고 싶은 이리저리와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수호자 수문장과의 팽팽한 기싸움을 합니다. 안 보이는 본능과 이성의 싸움입니다. 누구에게 감정이란 먹이를 주느냐에 달렸습니다.



꼰대감 vs 중얼


불안하면 몸으로 나타난다고 하던가요? 볼펜의 똑딱거림, 중얼중얼 거리는 습관이 없어지면 좋을 텐데... 모든 행동은 불안함을 줄이고, 시간을 절약하며 한 줄기 희망을 보기 위함입니다. 먼저 태어난 선배의 경험과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꼰대감(=선배)이 가끔은 필요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과 격려는 그저 잔소리로 들리고 오지라퍼들은 시발점으로 간주합니다. 본인이 필요해서 물어봤는데도 말이죠.


비록 '나는 이렇게 해서 합격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경쟁이 많아도 결국 나의 합격 아니면 불합격이었습니다.' 등등 선배들의 인생 경험과 조언 그리고 정보를 온, 오프라인으로 한 번씩은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필수 불가결 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걸 뭉뚱그려 일반화의 오류로 표현하기엔 목표에 도달한 그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흑화 된 수험생 vs 콜록


콜록과 흑화 된 수험생도 보겠습니다. 콜록거림이 지속되면 감기나 감염병으로 의심합니다. 남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죠. 개인이 위생관리와 방역수칙을 잘 지켜 타인이 피해받지 않는 조건이라면 자신이 제일 많은 피해를 봅니다.


해야 할 공부를 못하고 목표량은 점점 쌓여가며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게다가 시험 전이라고 생각하면 취업 시절의 노력과 시간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겁니다. 흑화 된 취준생(=수험생, 공시생 등)은 결국 속이 타들어가 숯처럼 새까맣게 변해버린 걸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저랬던 분이 계셨던 게 기억에 남네요. 건넌방에 있었지만 한 사람의 울부짖음이 땅이 꺼질 정도로 서럽구나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열심히 했지만 인간의 힘으로, 규정으로, 원칙이 안된다는데 불가항력적이고 시작된 시험을 바꾸진 못합니다. 결국 자신의 속만 타들어 가죠. 흑화가 진행되는 겁니다. 하루 이틀 삼일, 한 달 두 달 세 달, 일 년, 이년, 삼 년. 스님이 수행하듯 또다시 뜻을 품고 시작합니다.



장원 vs 마왕


마지막으로 장원과 마왕도 결국 하나에서 시작합니다. 사람 마음에 따라 치우칩니다. 본인이 한 번 좌절했다고 모든 사람도 똑같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 시작도 안 했는데 자기 합리화로 한계를 정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목표를 채울 수 없겠죠. 자신의 그릇에 지식을 담아야 하는데 이미 결정된 불손한 마음이 채워져 자신은 물론 남까지 힘들게 합니다.


실제 예를 들면, 공부하러 갔는데 열람실 하나가 비어 있었습니다. 친구들 무리로 추정되는 30대 남자 4명이 들어갑니다. 조용해야 할 열람실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더니 방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하소연하는 사람들의 말로는 각자의 노트북으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답니다. 게다가 팀전이었는지 '도와줘' 라며 대놓고 소리를 내기도 했답니다. 웃긴 건 독서실 건물 앞에 널린 게 PC방이란 사실!


마왕들이 있던 방은 한 순간에 오락실이 됐습니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 키보드의 타건소리, 육성 등에 시달려 억지로 '방탈출 게임'을 하게 됐습니다. 싸워서 후에 생기는 일들이 더욱 귀찮기에 열람실을 나오게 됩니다.




수행과 비슷한 수험생활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고통 속에서 가혹한 통증을 만들어 내죠. 고통은 자신을 잡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동기부여를 만들기도 하기에 항상 선택의 연속에 있습니다. 삶은 계속 반복되는 상처로 무뎌집니다. 하지만 상처 속에서 단단해지고 굳은살이 생기게 됩니다.


불안한 마음을 연료로 바꿔 추진력을 얻기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킵니다. 에너지로 바꿔 연소시키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렇게 조각 퍼즐처럼 모인 과거가 모여 오늘이, 오늘이 모여 내일을, 내일이 모여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감정을 어느 쪽에 줄지는 자유지만 남을 생각하고, 남을 생각하는 만큼 자신을 생각해주면 어떨까요?


by. 터틀킹

VS


by. 터틀킹





- 이제 진짜 끝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