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수호자들 [최종화]

꽃 피우리

by 하르엔
by. 터틀킹


1. 장원(=이루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꽃잎을 들고 춤을 추게 한다. 어린아이 같이 여기저기 뛰어놀다 놀이터의 모래사장의 모양과 색깔의 직사각형 책상 위에 떨어진다. 독서실 앞 널브러진 책상들 위에 흔들거리는 꽃잎을 집어서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 보낸다.


이번에 날아가면 더욱 멀리가 술래한테 잡히지 않겠다고 한다. 술래에게 쫓기는 개구쟁이처럼 점점 멀어지는 꽃잎들의 춤사위를 본다.


다시 돌아온 독서실. 그토록 원하던 목표에 도달하였다. 콜록(=이하 장원)은 봄바람을 맞으며 기쁜 마음에 여러 과일 맛 음료가 든 상자의 손잡이를 들고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 앞은 이전과 다른 문구의 안내문이 적혀 있었는데 그 공지는 자신의 취업 합격 소식만큼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알려드립니다. 업종변경으로 독서실은 이번 달 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환불을 원하시는 회원은 카운터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용한 날을 제외한 모든 날은 전액 환불됩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수없이 지나온 독서실 입구에서 시원섭섭한 의미를 제대로 알게 해 준 일이었다. 동이 틀 때 독서실에 입실하고, 해가 지고 다른 사람들이 전부 퇴실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한 결같이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장소. 그리고 동기부여를 얻어 자신을 만들어준 공간이 없어지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친한 친구가 해외로 이민을 간다면 이런 기분일까? 아니면 사랑했던 연인이 자신을 떠나면 이런 감정이 생각나는 것일까? 마치 자신의 취업을 위해 있었다 없어지는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폐업으로 독서실에 있던 악당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수호자들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중 보이지 않는 모습도 있었지만 굳이 어디 갔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장원은 손에 들고 온 음료수 한 박스는 카운터 옆 빈 공간에 감사하다는 쪽지와 두고, 나머지 한 박스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마실 수 있도록 공용 냉장고에 가지런히 채워 두고 나눔이라는 메시지를 붙여놨다.


한 사람 한 사람 보는데 정겨운 얼굴들도 처음 보는 얼굴들도 있었다. 취업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독서실을 다시 찾는데 3개월이 걸렸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큰 터닝포인트가 된 이곳이 정겨워질 거다. 그렇게 독서실을 눈으로 둘러보고 문 앞에 서서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늘을 보며 수없이 맞아 온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독서실 수호자들 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