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솜사탕은 무엇?
by. 터틀킹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직장은 삶의 불편함을 없애주는 탈출구라 생각하며 항상 머릿속에 넣고 다녔다. 첫 출근은 가볍고 달달한 솜사탕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며 힘찬 도약의 시작을 했었다.
걸음을 멈추고 솜사탕이 달린 막대 끝을 쳐다보니 어느새 있어야 할 솜사탕들이 없어졌다. 막대를 유심히 쳐다보며 '언제 없어졌지?' 하며 솜사탕을 들고 먹을 수 있던 막대를 계속해서 쳐다본다.
손에 찐득하게 남아있는 솜사탕의 맛을 묻히고 잊어버린 채 하염없이 걷는다. 그렇게 둥실둥실 떠다니는 설렘과 첫 마음이 입속에 있는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예전에 갓 취업 당시 이런 말을 건네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공부할 때가 좋지 않았어?' 이런 질문을 받은 나는 직장생활이 보람차고 재미도 있으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 단칼에 무자르 듯 말했다.
"아니? 정직하게 일하고 돈 벌고, 놀러 다니고 지금이 좋아." 저때는 공부할 때가 왜 좋은지 몰랐다. 마치 길을 지나가는 학생한테 '학생 때가 제일 좋지 않아요?'라고 말하면 그 학생은 지금이 싫다고 말할 것이다.(상대적이며 개인차 있음.)
2. 쳇바퀴를 부러워하는 다람쥐
by. 터틀킹
언제부터였을까? 직장은 햇살이 포근한 이불처럼 몸을 감싸주는 게 아니라 온몸을 찔러대는 바늘처럼 따갑게 느껴지며 몸을 밟는 듯한 중력은 천근만근의 마음을 더욱 밑으로 잡아끈다.
시간은 햇살과 같이 손잡고 들어와 술래잡기를 하자고 떼를 쓰는 하루다. 오늘은 자신이 술래를 할 테니 멀리 도망가라고 화창한 날씨로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나는 산처럼 쌓여있는 면접자료와 책들에게 눈이 가는 순간 허파의 밑자락부터 솟구치는 뜨거운 날숨이 끊이질 않는다. 끝나지 않을 치열한 전쟁을 쳇바퀴 속 다람쥐처럼 무한히 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직장의 쳇바퀴에서 한 줄기 희망이 보였고, 손에 들고 있던 솜사탕을 조금씩 뜯어가며 입속으로 넣어 오물오물거린다. 다음 날도 눈앞에 생긴 솜사탕을 입안에서 녹여 먹는다.
지쳐도 솜사탕이 너무 달달해 포기할 수 없었고, 가까운 미래엔 들고 있는 솜사탕을 매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두 손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나아갔다. 무한히 뻗어있는 길 위에 어느새 탈출구가 보였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앞으로 쳇바퀴를 안타도 되는 안도감이 봄바람처럼 몰려와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어느 날 어린 다람쥐가 얼굴을 맞대더니 두 손을 기도하듯 움켜쥐고, 위로 쳐다본다.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눈을 하며 말을 조심히 꺼낸다. '나도 당신처럼 달릴 거야! 부러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나는 무슨 소리인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무한의 쳇바퀴를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크나큰 착각이었다.
작은 쳇바퀴라 도는 속도가 짧게 느껴진다. 손과 발을 묶인 채 갇혀있는 기분이 든다. 현재 대형 냉장고 만한 쳇바퀴를 한 발씩 움직이며 돌리는데 모래주머니를 양발에 차고 걷는 기분이었다. 자유를 얻었다 생각했지만 또 다른 거대한 쳇바퀴 안에서 시공간의 무뎌짐을 느끼지 못한 채 혹사시키고 있었다.
나를 부러워한 어린 다람쥐의 말을 듣고, 제자리에 멈춰 쳇바퀴 밖에 붙어있는 전신 거울을 마주 보았다. 두 손으로 굴곡진 얼굴의 형태를 손끝으로 스쳤다. 그다음 눈, 코, 입 차례대로 만지면서 내려와 초점이 흐린 눈동자와 핏기 없는 얼굴을 보며 또 한 번 폐 끝에서부터 나오는 탄식이 길게 뿜어져 나온다.
처음 준비한 순간을 떠올리기 위해 양 손깍지를 끼고 턱밑으로 갖다 댄다. 그렇게 평안한 얼굴로 사색에 잠긴다.
하아... 공부할 때가 왜 좋은지 알겠다.
3. 솜사탕 만들기
by. 터틀킹처음 먹으려 했던 솜사탕은 삼일 만에 입속에서 서서히 녹아 땅속에 물이 스며들듯 그렇게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 녹듯 사르르 녹아 목구멍으로 넘어갔고, 가던 길을 멈추고 오른손에 쥐고 있는 솜사탕 막대를 하염없이 노려보기도 한다.
"여기에 뭐가 달려 있었더라...?"
뭉게구름처럼 달려있던 솜사탕은 그렇게 구름과 손을 잡고 하늘로 날아갔다. 일상은 한쪽으로 치이고, 회사 문화에 흡수되며 타인의 언행으로 바뀌는 입맛은 내가 생각하고 좋아하며 곱씹어보는 '첫 마음'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덩그러니 버려졌다.
일을 하는 첫 순간에 솜사탕이 계속 만들어져 매일 뜯어먹으며 버텼다. 어느 순간부터 양이 반으로 줄더니 나중엔 한번 뜯을 정도도 안되게 나왔다.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막연히 내가 주도한 삶이 아닌 남이 정해준 삶이 몸을 옥죄어 오는 느낌이 강하다. 그 느낌까지 잠식당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달달하면서 반복된 삶은 솜사탕의 첫맛을 잊게 만든다.
이렇게 잠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있을 때 나를 다시 구해준 것도 솜사탕이었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솜사탕은 늪에서 나를 건졌고, 허우적거리며 가라앉던 나는 솜사탕을 꼭 잡고 나올 수 있었다.
책장 속의 고전 책들이 꽂혀있는 것처럼 나는 처음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기억의 겉표지들을 뒤진다. 내 키의 3배쯤 보이는 책장 높이엔 반짝이는 기억의 책이 반쯤은 나와 있었다.
기억의 사다리를 사용해 책장 위로 올라가 책을 꺼낸다. 책을 펼치는 순간 솜사탕이 볼록하고 튀어나온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말없이 쳐다보며 분홍빛깔의 구름같이 보이는 솜사탕을 하늘 위로 도망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다.
그렇게 처음과 다시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