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작은 활화산 같이 보인다. 마음에 드는 이성과 손끝이 스치는 찰나의 순간 뇌에서는 뜨거운 용암 같은 호르몬이 마구마구 흐른다. 사랑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화산의 크기는 커진다.'
by. 터틀킹첫 연애를 다들 기억할까? 그 시절이 과연 어땠는지 기억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신이 정말 좋아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고, 영원히 꺼지지 않으며 불타오를 것 같은 사랑은 존재한다고 믿었다. 믿었던 만큼 실상도 많이 달랐다.
해저 밑바닥 차가운 얼음골 같은 심해의 마음속에 균열이 일어난다. 땅이 쩍쩍 갈라지며 그 틈 사이로 뜨거운 용암 같은 혈액들이 심장에서 마구마구 솟구친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보는 순간 화산 폭발 같은 맥박 소리마저 들킬까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아 숨기기 바쁘다.
바깥은 속일지언정 안쪽은 속이지 못한다. 호르몬은 분무기 안의 물을 뿌리듯 뿜어져 나온다. 얼굴은 달아올라 홍조가 되고, 뜨거운 피가 온몸의 혈관의 강을 따라 빠르게 움직인다. 멈추지 않는 폭발은 산의 형태를 만들고 바다 위의 섬을 만든다. 좋아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커지는 산은 하늘과 악수하려고 하는 듯 발뒤꿈치를 들고 맞닿으려고 한다.
by. 터틀킹현재 진행형이던 화산은 100일, 200일, 300일이 지나며 용암과 연기의 분출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사랑의 끝도 화산활동과 비슷할까? 식어버린 화산, 멈춰버린 폭발과 펄펄 끓는 열기가 없어진 화산은 이성을 만나기 전 호르몬이 나오기 전의 나로 돌아간 것이라 관계가 이어가지 못하는 것일까?
점점 사그라드는 화산을 보게 됐다. 연기 분출이 약해지며 폭포처럼 흐르던 용암 또한 시냇물처럼 나오더니 멈추기 시작했다. 화산은 점점 돌처럼 굳어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흐르던 화산활동의 용암은 식어서 토양을 이루게 된다. 비가 내리고 바닷물이 식혀준다.
by. 터틀킹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당신을 보던 눈빛과 열정은 그들의 주위를 둘러보게 해 주었다. 뜨거움만 있던 토지는 비옥해져 많은 생명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산에 푸르른 나무가 즐비하게 생기고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며 생태계가 조성된다.
씨앗들이 영양가 풍부한 땅속에서 다리를 쭉 뻗으며 지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다. 수줍은 듯 숙인 고개는 해를 보며 조금씩 얼굴을 내민다. 꽃을 피우고 꿀벌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주변에 새로운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울창한 숲을 만들어주고 남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한가함이 바람에 실려 날아왔다. 다른 생명들이 자리를 잡거나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게 터전이 만들어진다.
사랑하는 당신을 알아가기 위해 뭐든지 해주고 싶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 함께 놀러 가고 싶은 여행지, 아프면 당장 달려가 옆에서 챙겨주고 싶고, 어떻게 행복하고 웃게 해 줄까 등 당신에 대한 생각과 행동들을 돌아보게 된다.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구나 느끼며 자신의 내면을 알게 된다.
화산 폭발로 당신을 알아가는 과정들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화산활동으로 솟구친 산의 열기는 점점 줄어들어 그 위에 베풀 수 있는 마음의 물이 넘실거리며 차올랐다.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은 물처럼 어질며 낮은 자세에서 당신을 이해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형태로 바뀌어간다.
사랑은 평온하게 물처럼 다시 시작되었다.
당신에게 주는 줄로만 알았던 사랑은 또 다르게 나를 채워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