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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찬란한 봄의 튤립일지, 발코니 튤립 키우기

튤립멍에 커피 한 잔~!

by 나예스
2025.02.07 튤립 구근 식재

저는 4년 전부터 매년 봄이 되기 전에 화분이나 화단에 튤립 구근을 심어요.

그럼 날이 따뜻해질 무렵 온 마음으로 확실히 티 나게 봄맞이를 할 수 있거든요.

올해는 어떤 색, 어떤 모양의 튤립을 피울지 생각하고 저온처리 된 구근을 인터넷에서 구입해요.

'성공자의 과거는 비참할수록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예쁜 꽃은 고난이 지나야 피는가 봅니다.

암흑 속에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만 후손을 퍼트릴 마음으로 이듬해 봄이 되자마자 모든 영양분을 끌어올려 꽃을 피우는 튤립입니다.

3/15 한달 조금 지나니 싹이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

어떤 해에는 추석 구근이라고 해서 가을이 끝날 11월쯤 미리 물을 조금 준 촉촉한 흙에다가 알밤을 묻어 두듯이 겉껍질을 깐 하얀 튤립구근을 심어둡니다.


잊고 살다가 따뜻했던 2월 말부터 꽃을 피운 적도 있었어요.

심어둔 구근에 물을 많이 주면 곰팡이가 펴서 그대로 썩어버리더라고요.

양파 같은 겉껍질을 제거하는 이유도 곰팡이 피지 않게 하려고 하는 거예요.


물은 자주 주지 않고 싹이 조금 올라올 때,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잎사귀에 힘이 없어 처져 보일 때 한 번씩 주면 됩니다. 그걸 종종 잊고 무럭무럭 자라라며 구근에 흠뻑 주었더니 올해는 구입한 구근 15알 중에 곰팡이 핀 게 5알 정도 되네요ㅠ


구근을 건드려 보았을 때 아예 뿌리를 흙에 뻗지 못하고 알밤처럼 흙에서 비실비실 구르는 녀석은 뿌리 쪽부터 썩어서 가망이 없더라고요. 혹시 몰라 수경재배로 시도해 보았지만 끝내 뿌리가 나지 않네요.


곰팡이가 펴있는데도 줄기를 힘차게 뻗어 올리는 녀석은 주변 흙을 조심히 반정도 걷어낸 뒤 푸른곰팡이가 낀 겉을 양파처럼 한 겹 뜯어냄으로써 포자가 더 퍼지지 않기를 빌어 주었습니다.


가위로 외피를 뜯어내는 중에도 푸른곰팡이 포자가 공중에 날렸습니다.


튤립은 통풍 잘 되는 서늘한 곳에서 꽃이 오래가고 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식물이라요.


3/15 봉우리가 생긴 히아신스, 3일뒤 향기가득한 만개.

히아신스는 작년봄에 키웠었는데, 가을에 구근을 캐내서 공기 중에 두었다가 혹시 몰라 봄에 다시 화단에 심었었던 것 같아요. 무슨 구근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한데 홀로 피는 꽃봉오리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3/18 3일 새 키 커진 튤립순과 곰팡이 핀 채로도 자라는 몇 녀석. 어떤 녀석은 낙오


3/24 꽃봉오리 내기 시작

싹이 올라온 지 약 10일 만에 꽃봉오리를 봅니다.

다음날 바로 찐한 핑크의 튤립꽃을 피우네요~

작년에는 따뜻하고 통풍 안 되는 거실에서 봐서 꽃이 과하게 만개하고 오래 못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올해는 발코니에서 통풍에 신경 쓰며 계속 야외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로 마음먹었어요. 오래 보려고요.


3/25 하루만에 첫 튤립 꽃 피움
3/25 오전 9시 해가 가장 많이 들때는 활짝피고
3/25 같은 날 오후, 저녁 점차 원상복귀하는 오므림.

이때도 흙이 너무 마른 곳 위주로만 물을 줬어요.

3/28 친구들도 피어나고 밤이 되면 세모로 오므림

가장 먼저 꽃 피운 진한 핑크색 튤립 기준으로 5일이 지났습니다.

가장 예쁠 시기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딱 그 튤립 모양입니다.

어쩜 이렇게 확실히 영업할 수 있죠?


3/30 오전

해 쨍쨍할 때 활짝 OPEN 하고~!


3/30 같은 날 심야

깜깜할 때 셔터 내리고 퇴근하는 튤립!


밤중에 덜 오므리는 노란 녀석은 겹꽃 튤립인데 이제 봉우리에서 피어나는 중이고요.

아마 만개하고 나면 밤에 오므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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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 4/06 (3일만의 변화)

튤립은 꽃봉오리가 생기고 3일 만에도 활짝 펴버리더라고요~^^

너무 젖혀지니 꽃잎이 소 혓바닥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ㅎ

하염없이 웃자라는 동동향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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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 , 4/15

만개한 뒤 일주일이면 가차 없이 시들어버립니다.

가속 노화 되어버리는 강렬한 아름다움이었죠~


KakaoTalk_20250724_003307305.jpg 4/17 꽃잎 다 어디 갔죠?

봄의 튤립은 하루에도 여러 번 봐야 해요. 정말 매 순간 다른 모습을 하고 있거든요!

매년 튤립을 심지만 올해는 정말 큘립 200% 즐기기를 한 것 같고

베란다정원, 발코니 화원에서 가성비의 식물카페를 즐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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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튤립 구근을 심고 3월 중순에 새싹이 올라오고

4월 중순이면 완벽히 꽃잎을 떨구는 키다리 튤립이었습니다.

안방에서 삭막한 경치를 막아주는 저만의 정원 앞에 직접 내린 커피 한잔과 멍 때리기!

저 때 들고 있던 책은 김신지 작가님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였네요.

저 때 딱 찰떡궁합이었죠.

결국 이거 하려고 그 힘든 화분 뒤엎기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저를 위한 쉼의 시간을 충분히 둔 약 반년의 시간, 그때의 봄을 추억해 봅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일하면 쉬고 싶고, 쉬면 일하고 싶고. 무더위 속 바쁜 요즘을 보내고 있어요.^^

요즘은 아아메가 많이 당기는데, 그때 봄의 튤립 앞 커피맛이 생각났답니다. 내년에도 꽃 앞 커피 마시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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