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라 쓰고 보톡스라 읽는다

25일 차: 거울

by 나예스

세수 후 크림을 바를 때, 머리를 말라고 화장할 때, 이때 말고 거울 보는 일이 없는 요즘이다. 비치는 얼굴이 낯설 때가 있다. 의식하지 않을 때, 혼자 있을 때, 내 표정이 이랬구나. 입꼬리가 축 늘어진 채 힘 빠진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이 내 사진을 찍어줄 때가 있다. 내가 즐거워할 때 찍힌 사진에는 내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나는 표정근육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즐거울 때의 내 표정이 이런 건 싫었다. 상대방에게 내가 즐겁다는 마음을 보여주는 역할을 충실히 한, 대신 몇 년 더 들어 보이는 눈가와 이마 주름.


집에 와서 거울 앞에 섰다. 사진 속 그 표정을 지어 봤다. 애써 짓는 웃음이 어색했다. 사진 찍힌 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웃었다.


이거다. 이거구나. 아빠가 아저씨 때의 눈웃음이었다. 아빠의 얇은 피부를, 눈웃음을 닮았구나. 큰아빠보다 더 형 같아 보였던 아빠는 늘 근엄하게 굳은 표정이었고, 가끔 사람 좋은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나는 아빠가 너무 할아버지 같이 웃는다고 생각했다. 희고 멀끔한 얼굴의 큰아빠는 공무원 특유의 사무적 표정을 갖고 있었다.


피부과에 보톡스를 맞으러 갔다. 예쁜 상담실장은 얼음공주 같았다. 저 사람은 타고 난 거겠지, 아니란다. 나도 이것저것 맞으면 된다고 했다. 보톡스도 계속 맞다 보면 내성이 생긴다 해서 내성이 거의 없다는 미끼가격보다 2배 높은 외제로 골랐다.


"어? 어딘가 달라진 것 같은데? 살 빠졌어요?"

모임에서 기분이 좋아 활짝 웃었다. 나는 즐거울 때 박수를 치며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어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얼굴 근육이 제멋대로 구겨졌다. 내 얼굴이 아니었다.

거울 앞에 서서 아까 지었던 웃음을 지어봤다. 이상하다. 웃는 건지 화난 건지 모르겠다. 인상을 써봤다. 미간 대신 눈두덩이가 찌그러진다. 왠지 화가 덜 나는 기분, 그리고 덜 행복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시 무표정을 택했다. 예뻐 보였다. 제 나이로 보이는 것과 파안대소 사이에 갈등하다 보니 두 달이 지나 보톡스 효과는 만료되었다.


덜 기뻐하는 것으로 내면과 합의를 끝내고 최대한 못 참겠다 싶을 때, 피부과로 가서 보톡스보다 자연스럽다는 스킨보톡스로 선택했다. 이거다. 웃는 것 같으면서도 덜 패이는 미소. 적응이 된 후 거울 앞에 서서 적당히 웃어보니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