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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스 Aug 30. 2023

네? 새끼돼지를 안방에요?

양돈업의 실제 2. 새끼돼지 생존을 위해

사람이 제 각각 태어난 계절이 다르듯 돼지도 처음 맞이한 계절이 혹독한 영하의 날씨일 때가 있다.


땔감으로 가마솥에 물을 끓여 씻던 시절이 지나가고 연탄을 떼던 1994년이었다. 

돼지 사료창고 한편에는 연탄이 두둑이 쌓여있었고, 낱개 단위로 비닐이 감싸진 번개탄들도 놓였다.


엄마 아빠가 자기 전에 새끼돼지 2마리를 씻기고 닦여서 안방으로 올렸다.


 돼지 닦는 수건에서 놓여난 새끼돼지는 "괘갱~" 소리를 내며 빙판길 위인 양 어설프게 기어갔다.


"아빠, 돼지를 왜 방에 데리고 와요?"

"비실 비실한 게 동상 걸릴 거 같아서."


더 어릴 적에는 아빠가 귀여운 도사견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오셔서 내가 마루에서  끌어안으며 방에서 키우자고 했을 때, 개는 사람 사는 방에서 키우는 것 아니라고 하셨었다.  (그러고는 어느 해 무더운 여름에 우리에서 사라졌다 ㅠ)


그런데 제주도에선 똥도 먹는다는 돼지를 안방에 들이는 것이 의외였다.  

처음으로 돼지를 양반다리 위에 올려보며 안아보며 신기해했다.

돼지도 강아지처럼 훈련한다면 똥도 가리고 말도 잘 듣고 하려나?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 돈사에 있는 녀석들의 두뇌 수준으로는 안방에서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알아보는 풍경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들은 사정없이 먹고, 똥을 싸며 , 등을 철봉 같은 돼지우리 펜스에 비비며 등을 긁는다. 밥을 줄 때 모여들기는 해도 사람과의 눈빛 교류도 , 영혼도 없는 것 같았다. 이웃 소의 눈망울에 담긴 비애와 정감과는 달라 보이는 모습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새끼돼지는 다시 돼지식구들 품으로 돌아갔다. 너무 작은 녀석이긴 해도 똥이나 오줌을 지리지는 않았을까? 그건 기억이 안 난다.

 다만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아기돼지와 잘 잤다는 것이었다.


새끼돼지들은 이렇게 비실대는 개체만 안방의 특혜를 간혹 받곤 했다.

내가 요만할땐 사진 필름이 귀해서 여동생 사진 뿐이다.

또 새끼돼지의 모습을 떠올려보자면, 어난 지 한달 내로 젖을 떼고 예방접종을 시킨 뒤 '단미기'라고 하는 전기인두를 가지고 아빠는 돼지 꼬리를 자르셨다. 

왼손으로 아빠 품에 들어 올려진 돼지는 가벼운 4초의 발버둥, 순간적으로 끝내는 빠른 손놀림으로 꼬리 끝이 빨간 심지가 박힌 듯 댕강해지고 바닥엔 잘린 꼬리가 무심하게 떨어졌다.  돼지들은 우왕좌왕 하긴 했으나 꼬리가 아픈 기색 없이 뒤로 돌아보지 않고 돌아다녔다.  

서로의 꼬리가 먹이처럼 물리지 않게, 위생상의 이유로 자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방으로 이동시켰다. 


어쩐지 우습기도 했다. 사람에게 꼬리가 없는 게 당연하듯 다 큰 돼지의 동글 뭉툭하고 짧은 꼬리도 왠지 부자연스러웠다.


아기돼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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