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 청소, 벌칙 같은 체험 와중에도 똥을 싸는 돼지는 있다. 아빠가 삽의 뒤편으로 돼지의 엉덩이를 저쪽 방향으로 살짝 민다. 나오던 똥은 멈칫하지도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짤막한 꼬리를 보며 웃기고 귀엽고 그 아래에서 나오고 있는 똥은 역시 더럽다고 한번 더 생각한다.
이 칸에 있는 돼지들은 생후 6개월 정도 된다 .
생후 2년안에 다 자란 돼지가 되어 10년에서 15년을 사니, 사람으로 치면 유치원생 쯤 될 것이다.
여섯 마리에서 여덟 마리 정도 모여서 사는데 제법 자유롭게 움직일 공간이 많았다. 돼지를 꽉꽉 채워 넣으면 20마리 이상은 족히 들어가겠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으셨다. 우리는 돼지와 돼지 사이 바닥에 있는 똥을 재빨리 삽으로 떴다.
돈사의 바닥 표면이 고운 시멘트로 되어있다. 콘크리트가 잘 펴진 반들반들한 바닥에서 똥을 퍼 낼 때 삽이 쓸려 싸압- 하는 소리를 내며 떠졌다. 이 똥을 모아 모아 지푸라기와 섞은 뒤 아빠는 똥장군이라 불리는 일륜 리어카에 실어서 농사하시는 이웃집에 거름으로 갖다 주시겠지.
분만을 앞둔 돼지들이 있는 돈사에 비하면 자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사료 외에도 특식이 있었다. 엄마는 밭에서 직접 기른 친환경 케일도 먹였다. 벌레가 먼저 맛본 맛 좋은 케일은 튼튼함을 자랑하며 계속해서 잎이 생겼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가 먹고 남은 음쓰도 분별해서 뼈나 생선가시 같은 것은 절대로 주지 않았다.
스페인의 이베리코돼지는 도토리를 먹인다지만 우리 집 돈사의 이 칸에 있는 돼지들은 더 다양한 식사를 하게 되고 결국 사람똥과 같은 냄새를 풍기게 되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돈사 첫 번째 칸, 여유로운 돈사 환경과 별식과 같은 식사, 그것은 특혜이기도 하며, 가장 슬픈 곳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출하하게 될 녀석들이다. 팔려 나가는 것이다.
녀석들은 목욕도 자주 하는 것 같다.
아빠는 담배를 입에 삐딱하게 물고 더운 돈사에 호스로 등목을 시켜준다. 호스의 끝을 엄지로 살짝 막아 쥐셨다. 물줄기가 둘로 갈라지지 않고 고르고 적당한 부채꼴로 분사되도록 뿌리면, 돼지들은 당연하게 물줄기에 옆구리를 갖다 대는 것 같았다.
땀구멍이 없어 진흙탕에 구르며 체온을 떨어뜨려야 할 녀석들에게 이런 목욕은천국의 물줄기일 것이다. 목욕으로 회색의 얼룩덜룩한 오염 물질들이 씻겨나가면 살색다운 살갗과 흰 털이 뻣뻣할 테지만 단정해 보이게 정돈이 되는 것이다.
기억속의 돼지우리 청소는 두 세번 밖에 되지않는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인 우리보다 몸집이 큰 돼지들 사이에 들어가서 그들의하우스키퍼를 하는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성인이 되어 알바를 하며 궂은 일이란 생각이 들때, 이 시급을 받고 이짓을 하려고 여기를 다니고 있나는 생각이 엄습해올때, 열정페이조차 없이 돼지우리에 들어갔던 장면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