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이별의 아픔이 두려워 마음껏 사랑하지 않는다. 만남 끝에서 아파할 내가 선명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마음을 꾹꾹 눌러 감춘다.
사랑한 만큼 아프단 걸 알기에 감당할 수 있을 아픔만큼만 사랑하며, 내내 정량으로 절제된 애정만 나눈다.
하지만 잉여의 마음 또한 아픔이 된다.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한 아픔이 비워진 위장에 위액이 흐르는 쓰라림이라면, 다 주지 못해 남겨진 아픔은 명치 끝에 맺힌 체기 같은 갑갑함이다. 잃어버린 상실감도 다 주지 못한 아쉬움도 고통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비워진 아픔은 다시 채움으로써 치유되지만, 남겨진 고통은 깨끗이 비워내기 전까지 낫지 않는다. 남은 마음을 가슴에 얹고 살며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미련과 후회를 겪어야 하는 게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 않은 자에게 주어지는 형벌이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당연히 다 주는 쪽을 택하겠다.
새드엔딩이 예상되더라도 더 줄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온 마음을 쏟아 사랑하는 쪽. 사랑이 아픔으로 남지 않는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