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원초적 본능

by 시골쥐

인간은 왜 불안한가? 라는 질문에 어느 저명한 뇌과학자가 답했다. “우리는 모두 불안에 떨었던 사람들의 후손입니다.”
불안해하지 않던 인류는 불안에 떨었던 이들보다 분명 죽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의심 없이 먹고, 두려움 없이 싸우던 사람들이 겁 많고, 조심성 많은 사람들보다 틀림없이 더 적은 수의 후손을 남겼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후손을 남길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르겠다.

불안이란 감정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 SM-046이란 연구 코드로 불리는 이 미국 여성은, 편도체가 손상되는 희귀질환을 앓아 공포심을 느끼지 못한다.
어느 날 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녀가 강도를 만났다. 하지만 공포를 모르는 그녀는 무기를 든 강도 앞에서도 태연했다. 오히려 “날 죽이려면 먼저 주님의 천사들을 처단해야 할 거야.”라며 강도에게 겁을 주듯 말했다. 강도는 무섭도록 침착한 그녀의 태도에 놀라 도망쳤다. 오해가 만들어 낸 행운이었다.

다음날, 하루 전에 그런 일을 겪고도 그녀는 같은 경로로 교회에 오갔다. 보통 사람이라면 돌아가더라도 강도를 만난 곳을 피했겠지만, 두려움이 입력되지 않는 그녀의 뇌는 회피라는 방어 기제가 출력되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위험한 길을 걸었다.
용기나 의지 같은 것이 아니다. 두려움이란 감정이 작동하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불안을 떨쳐버리고 싶어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 튀어나오는 이 감정은 과민한 경보장치처럼 쓸데없이 마음을 멈춰 세운다.
그러나 그것 덕분에 지금까지 온 것이다. 앞날에 대한 불안이 탄탄한 계획을 세우게 했고, 실수에 대한 불안이 준비 과정에 견고함을 더했다. 불확실함 속에 던져져 절박함이 솟았고, 넘지 못할 벽을 만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불안이 제 쓸모를 찾아 삶의 동력으로 쓰인 것이다.

인간은 왜 불안한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살려고. 살기 위해 나아지려고. 나아지기 위해 변화하려고. 불안은 그 모든 과정의 시작점이다. 더 잘살아 보려는 마음이 만든, 가장 원초적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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