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꽤 그럴싸한 풍경을 내놓았다. 노을도, 바다도 그리고 달도 맑은 날보다 가슴에 깊이 스며드는 하늘을 보여주었다.
〈 그날의 노을 〉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연주 중 발생하는 미스터치(Miss touch)와 관련해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함축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풀어서 해석해 보자면 이런 얘기였다.
쇼팽 콩쿠르에서 미스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미스터치는 연주할 때마다 매번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연주는 미스터치를 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관객에게 어떤 음악을 전달할 것인가입니다.
조성진 씨는 국제적 권위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다. 그것은 실수 없이 연주를 마쳐서가 아니라, 그의 열정이 담긴 연주가 청중을 감동시킨 덕분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때때로 지나친 완벽강박에 사로 잡혀 있다.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실망하거나, 작은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을 망친 것 같은 좌절을 느낀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완벽하지 않아도, 작은 실수가 좀 있었어도 괜찮다. 먹구름 낀 하늘에도 멋진 노을이 그려지고, 미스터치가 있었어도 감동적인 연주가 될 수 있다.
'과정'이란 길에서는 얼마든지 넘어져도 된다. 몇 번을 우회해도 상관없다. 과정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다. 예상과 다르고, 계획보다 더디고, 기대보다 불만족스러운 것이 과정이다. 그러니까 그저 의연히 가고자 하던 곳으로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