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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가장 먼 단어

by 박가람





빈방에 내가 있다.

나는 분명 하나지만

방안에서는 하나도 되지 못한다.

방안의 1은 0보다 작은 수.

빈방은 내가 조금씩 상실되는 곳.

빈방은 내가 들어찰수록 비어가는 곳.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못을 박았으나

이방에는 못하나 마음대로 못 박는다.

나는 늘 나를 상실시키는 것들의 지배를 받았다.

차가운 상실감에 형광등도 가끔 파르르 떠는 곳.

날선 적막함이 베어 간 귀만으로도 무덤 하나는 생기는.

이 빈방 속의 나는 또 하나의 빈방.

나는 이 방과 닮아있다.

내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비어버릴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비어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