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사랑하는 태도에 관하여
우리는 늘 분주하지만 집중하지 못한다. 어떤 일을 하면서 이미 다음 일을, 지금 하는 일을 끝마칠 수 있는 순간을 생각한다. 나의 성실은 불안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불안해서, 불안에 대한 의식에서 벗어나고자, 불안하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분주한 게 아닐까. 일이 끝나면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집안일을 하고 독서를 한다. 삶을 잘 사려는 노력인데 그 분주함에 내가 잡아먹힐 때가 있다. 단 한순간도 고요하지 못해 일을 더 많이 해서 무감각해지고 만다.
그 무감각은 마음을 병들게 한다. 최근에 마음에 병이 들어 삶의 무력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다 가졌음에도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조그만 일에도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럴 때면 비난의 화살이 애꿎게도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가장 편한 부모님에 대한 투정으로 향한다. 금요일 오후, 지난 주말 출근으로 대체 휴무를 내었다. 그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있는 내 마음을 살펴볼 시간을 만들어 냈다. 아직 공기는 차갑지만 한낮의 햇살이 따듯한 3월, 엉덩이 열선 시트를 켜고 오랜만에 선루프를 열었다. 집 근처 정자동 스타벅스를 향했다. 아이스 말차라떼를 마시면서 탄천 산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볕을 받으면서 걷다 보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다.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긴 했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그리고 챗gpt의 도움을 받아 숨겨져 있지만 마주해야 하는 내 마음을 끄집어 내보았다. 나를 괴롭히는 그것은 아기를 낳아 가정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다. 함께 산 지 1년이 된 우리 부부는 신혼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나보다 더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나고 마음이 강인한 우리 신랑을 존경하고 있다. 우리는 30대 초반으로 아이를 가지는 것이 자연스레 느껴지는 나이지만, 아직 신랑은 미래의 불안정성으로 아기를 준비하는데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욕심이 많은 나의 에고는 내 마음을 헤집어 놓고 괜한 신랑을 괴롭혔다. 결혼해서 바로 아기를 가진 주변 사람들이 부러웠고, 지금 체력이 좋을 때도 직장 다니는 게 힘든데 더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힘들어질까 라는 걱정도 컸다. 마치 아기가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아기를 가지는 것 관한 이야기로 남편과의 다툼에서 상처를 받기도 했다. 아직 내가 엄마가 될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는 남편의 평가에 정곡이 찔렸다. 사실 모르겠다. 엄마가 될 준비라는 게 뭐지? 낳아서 키우면서 성숙해지는 과정 아닌가? 내가 모자라다고 느끼는 것 같은 남편의 생각에 상처를 받았다. 그렇지만 실제로 나는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막연히 행복한 상상만 했을 뿐 구체적인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내가 아니라 우리는 왜 아이를 갖고 싶은지? 아이가 없는 삶도 상상할 수 있는지? 양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의 가치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 느꼈다.
사랑하는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아이가 없는 삶이라면, 늘 마음 한편이 외로울 것 같았다. 우리가 낳은 새 생명이 세상을 살아나가게 하는 부모로서의 소명이 있다 생각했고, 아이라는 사랑이 가져다 줄 행복을 살면서 꼭 경험하고 싶었다.
또, 현실적인 경제적 상황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 우리의 월 소득과 고정 지출, 육아휴직을 어떻게 사용할지, 보육비와 교육비 계획, 비상금 같은 대략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닥쳐서 해결하려 했다. 생활 변화에 대한 준비도 생각해야 했다. 잠이 많은 내가 수면 부족을 견딜 수 있을지, 운동을 좋아하는 내가 자유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집안일이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분담을 할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행복일지 책임에 대한 무게를 져야 했다.
아직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우리의 주거 안정성은 부족하지만, 우리가 가진 현금이나 직장 소득으로 집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이 될 일이라 생각했다. 신랑이 특히 경제적인 부담감을 느끼는 편이라 그런 점에서 구체적으로 아이 양육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생활비에서 분배할지 알려주는 게 좋겠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당장 아기로 인한 우리의 체력과 기분 관리도 중요할 텐데, 이 또한 남편과 어떻게 생활 패턴을 바꿀지 먼저 얘기해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부모님이 근처에 계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인 점이 나를 대책 없이 만들었던 게 아닐까. 직장 또한 육아하는데 어려움 없이 유연한 환경인 점도 한몫했다. 그리고 많은 결혼 선배들이 이렇게 말했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아이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건 우리 부부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였는데 내 욕심이 눈을 가렸다.
결국 우리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마음을 달랬다. 가만히 앉아 바라보고, 들여다보고, 명상하며 고요해졌을 때 깨달을 수 있다. 더 이상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게 내게 필요한 건 고요히 들여다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