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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빚내서 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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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Oct 03. 2023

빚내서 괌,

나를 위해 아껴두세요

영끌을 불사한 우리 세대나 베이비부머인 부모님에게도 집은 생의 족적이자 꿈이자 사는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코로나 헬리콥터 머니를 거둬들이면서 부동산 거래절벽이 닥쳤고, 금리가 오르며, 부모님의 노후에 대한 계획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도를 하고자 했던 아파트를 팔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높은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닥쳤고, 세금을 내기 위해 저축을 해지해야 했다.      

우리 부부가 결혼 후 부모님으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은 것은 없다. 하지만,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광역버스와 시내버스를 가려타시고, 차례상에 올릴 사과, 배를 나눠주시려고 배낭에 이고 지고 오시는 부모님에게 긴 연휴에 집에만 있기 싫어서 여행패키지를 끊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열흘가량 되는 이번 추석 연휴 말미에 우리의 행선지는 괌이다. 수화기 너머로 친정엄마에게 우리 세 가족이 여행을 간다고 어렵사리 말문을 꺼냈는데, 어머니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욱 신랄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받는 일 있을 때마다 빚내서 여행 가고 뭐 사고하면, 그 빚 갚으려 쩔쩔매는 네 손해지, 그게 뭐냐.” 

마음이 아픈 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도피하는 형식으로 남들이 부리는 여유를 쫒아서 행색을 하다 보면 내 주머니에 남는 돈은 없고 빚을 갚을 길도 요원하다. 영끌을 할 때는 오로지 빚만 빠르게 갚으리라는 각오와 다짐이 있었던 것인데, 어머님께 서운한 소리 듣고, 학교에서 힘든 일 있을 때, 아이와 가정 내에 크고 작은 일이 생기면 나를 위한 소비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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