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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Jan 21. 2024

지극한 이해관계, Z

제가요? 왜요?

일을 똑부러지게 잘 하는 조교선생님이 있다. 그녀와 나와 굳이 나이계산을 하자면 그녀는 나보다 한 살 어리다. 학과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이 하나 생기는 상황에 그녀에게 '그 일'을 설명하여 도움을 청하려고 하던 참이다. 설명은 5분도 채 되지 않고 '그 일'은 내 책임 하에 그녀가 약간 도움을 주면 되는 상황이었다. 내 판단으로...


그런데 그녀에게 '그 일'을 설명하려고 하자

그녀는 알러지 반응을 보이다시피 정색을 하며,

"제가요?"

"왜요?"를 연신 외치는 것이었다. 


굳이 세대를 운운하지 않고도 

이 사태에 대한 이해를 함께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녀에게 기존의 일 '이상'은 존재할 수 없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거늘,

요즘 세대는 차이 지는 시간이 일년도 긴가보다. 


처음 임용되고 강의, 연구, 사업 외의 학교 혹은 학생과 관련된 일에 대한 이야기가 회의에서 오고갈 때는

나역시 M과 Z를 오가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잘 모르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실제로 모르기도 했으니..숨길 수도 없었고..)

하지만, 연차도 쌓여가고 학교일을 하다보니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일을 빠르게 많이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감이 몰려가는 듯하다. 


학생들은 교수를 학점을 주는 자판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인지,

학점이 잘 안나오겠다 싶으면 교수가 운영하는 강의 시스템을 발로 쾅쾅 차재끼는데,

실제 백조의 물밑 발버둥을 알아주면 좋으련만.


점수와 연관성 없는 행위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이 없고,

1점이라도 "평등"하지 않게 돌아가는 강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굉장한 불만이다. 

"공정"이 Z의 생명이다. 


세상사 그렇게 X, Y 정비례 그래프였다면,

얘들아 나는 1사분면을 뚫고 날아갔을 거란다. 


내가 진정으로 제자들에게 목 터져라 강조하여 가르치고 싶은 부분은

오늘의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이 오늘 나타나지 않더라도,

열과 성을 다하여 학업에 충실하다면

그 근면함은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되어 

내 삶이 위태로울 때

나 자신을 믿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인생은 처음부터 불공평하고,

학교에서 점수를 "공정"하게 주어야 한다는 말은

언뜻보면 당연하고 옳은 말 같지만 언어도단이다. 

적어도 150명에게 평가기간을 제외한 13주, 26시간으로 관계한 학생들에게

한 명의 교수가 그들을 일렬로 줄지워 점수를 나누어 주기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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